애니밴드는 매킨토시를 표절했나
음악듣는 예인 | 2007/11/22 15:22
웹 서핑 중 눈길을 잡아끄는 기사 하나가 하나 보였습니다. 보아, 시아준수, 타블로, 진보라 등 톱 스타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애니콜의 광고 '애니밴드' 뮤직비디오가 어떤 광고를 표절했다는 내용인데요.
뉴스메이커, 김이박, 원조광고 앞에서 쓸쓸한 애니밴드
이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광고는 1984년 애플이 매킨토시를 발표하며 선보인 '1984' 광고입니다. 세뇌를 당한 채 멍한 표정으로 빅 브라더의 연설을 '주입'받고 있는 청중들 앞에 한 여성이 등장해 빅 브라더가 나오고 있는 스크린을 때려부순다는 내용의 광고죠. IBM-PC와 MS-DOS에 지배당하고 있던 기계적인 컴퓨터 세상에 지극히 인간적인 인터페이스의 매킨토시가 등장,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1984 프로모션
이 광고와 애니밴드 뮤직비디오 사이에 비슷한 점을 발견하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도저히 못 알아채겠습니다. 말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전체주의, 여기저기에 있는 감시용 스크린, 그리고 전체주의적 사회를 무너뜨리는 주인공 등 일치점이 이렇게나 많은데 대체 왜 유사점을 발견하지 못하냐구요? 그야, 그런 설정들은 이미 '원전'이나 다름없는 지위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소설 <1984>를 가지고 이런 충격적인 광고를 만들어낸 것은 정말 광고사에 길이 남을 만큼 대단한 일이었죠. 그러나 애플이 광고 <1984>를 만든 1984년 이후, 수많은 패러디와 오마쥬와 차용을 통해 소설 <1984>의 설정은 끊임없이 재창조되었어요. 20년이 넘게 흐른 2007년에 이르러, 그 설정 자체는 거의 '모티브'에 가까워졌다는 거죠. 애니밴드가 1984를 표절했다는 얘기는 <친절한 금자씨>가 <오리엔탈 특급 살인 사건>을 표절했다는 얘기 만큼이나 엉뚱합니다.
사실 애니밴드 뮤직비디오는 애플의 <1984>보다 일본 가수 하마사키 아유미의 <Endless sorrow>의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차용한 혐의가 더 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말(Talk)을 통제하는 전체주의 사회에서 높은 곳(Endless sorrow에서는 '탑', 애니밴드에서는 '건물 옥상')에 올라가 노래를 부름으로써 세상을 구원한다.... 두 뮤직비디오의 서사구조가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건 제 생각일 뿐이에요. 어디엔가는 <Endless sorrow>보다 훨씬 더 애니밴드와 비슷한 영상 작품이 틀림없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만큼 자주 이용된 설정이니까요.
사실 애니밴드의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 많은 돈을 들여서, 그 청춘스타들을 한 곳에 모아서, 이런 뻔한 노래, 뻔한 뮤직비디오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거에요.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소설 <1984>의 설정은 정말 지겹도록 많은 매체에서 패러디하고, 오마쥬하고, 차용해왔어요. 따라서 또다시 이런 설정을 이용하려면 무언가 기존 작품들과는 차별된 새로운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애니밴드는 아니에요. 낡아빠진 설정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정말 놀라울 정도로 뻔하고 고루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놓았어요. 심지어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소설 <1984>나 광고 <1984>보다도 지루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또 한 가지는 '삼성'이라는 회사와 광고 사이의 괴리감입니다. 이러한 전체주의는 사실 삼성의 기업 문화와 가장 잘 들어맞죠. 삼성이란 회사가 여전히 과거의 전체주의적 사고를 버리지 못한 상태에서, 그것도 한국 사회를 통틀어 가장 낡고 폐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런 광고를 만든다는 건 진실성이 느껴지질 않지요. 애니밴드가 과거 이효리의 프로젝트인 <애니모션> <애니클럽>과 달리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애니모션>과 <애니클럽>은 생각 없이 소비하면서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벼운 팝 문화였지만, <애니클럽>은 청자에게 택도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들거든요. 작품 자체만 놓고 봐도 함량 미달인데, 작품 외적인 부분도 받쳐주질 못하니 청자를 전혀 감동시키질 못하죠. 따라서 애니밴드의 <TPL> 같은 노래는 노래만 들을 때가 뮤직비디오와 함께 볼 때보다 훨씬 좋게 들립니다.
표절이라는 것은 창작자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선언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표절'이라는 선언을 하려면 그만큼 충분한 문화적 소양과 검토가 있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김이박 씨가 애니밴드를 향해 "오마주 아니면 시치미 뚝 떼고 베낀 것"이라는 선언을 내린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표절 선고가 없더라도, 사실상 애니밴드는 사형선고를 받아 마땅한 졸작입니다. 전혀 와닿지 않는 애니콜의 광고 컨셉(Talk, Play, Love)을 홍보하기 위해 이런 쓸모없는 뮤직비디오를 만들다니요. 낡고, 재미없고, 전혀 감동적이지 않은데다, 거짓으로 가득찬 이런 뮤직비디오를요. 음악으로서도, 광고로서도 낙제점인 이 뮤직비디오를 언제쯤이나 안 볼 수 있을지, 참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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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밴드(Anyband)와 배달의 기수
민노씨.네 에서 트랙백 | 2007/11/22 21:42 | 지우기 |
0. 이 글은 '삼성 비자금' 사태와는 전혀 상관없는 글이다. 혹은 상관이 있더라고, 삼성 비자금 사태를 염두에 두고 쓰는 글이 전혀 아니다. 그러니 이 글을 삼성공화국의 연장선에서 읽는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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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콜 애니밴드. 그러나
티에프, 잡학다식 관심일지 에서 트랙백 | 2007/11/25 21:21 | 지우기 |
애니콜의 새 광고 캠페인으로 선보인 애니밴드. 그러나 난 그저 이 광고는 그 유명한 광고인 매킨토시 광고(1984년 광고. 흔히 1984 광고로 불리는 그것. 리들리 스콧 제작) 짭퉁으로 밖에 생각이..

같은 의견입니다.
확실히, 1984는 많이 오마주되기도 했지만, 애니밴드는 정말 별로입니다.
뭐랄까, 좀 어설프다고 할수 있겠지요.
애니밴드 관계자들은 진짜 조지오웰 무덤앞에가서 반성해야함.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또 더불어서 이 블로그를 위 링크로 가이드해주신 해당 포털 기사에 트랙백해서 '블로그 의견' 으로 노출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Yein님이 정돈된 의견은 포털 기사에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딱 그거네요..
표절은 아닌데 왜이렇게 많이 봐왔던 식상한 스토리...
그닥 느낌도 안오고...
이효리 춤추던게 더 좋았어.... 그렇퀘 몸매가 ,... --;;
왠지 일부러 애니밴드에 대해서 뜨게 할려고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거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애니밴드에서 이퀄리브리엄을 따라했다는 뉴스가 뜬날부터 제 블로그 검색 유입 키워드 1위가 이퀄리브리엄이더군요 -_-;
적절한 지적이시네요. : )
이왕에 쓴 글이 있어서 트랙백 쏩니다.
아직 소설 '1984'를 읽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저는 이 뮤비를 보자마자 '멋진신세계'가 떠오르더군요:)
예인님의 식견이 놀랍군요...표절이라기 보다는 차용이죠.
창작이란건 결국 모티브(동기)에서 출발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조지 오웰 ->핑크 플로이드 "the wall" ->맥 광고 -> 하마사키 아유미 ->애니 콜
근데 오나전 포스트 모더니틱하고 정보가 욜라리 광범위 하게 퍼져진 현실에서는
위의 순서가 마음대로 뒤바낄수도 있습니다.
애니콜 동영상 제작자가 조지 오웰껄 차용했는지 핑크를 차용했는지 맥 광고를 차용했는지 아유미를 차용했는지 모호한....-_-;
결론은 결과물이 이루어낸 성과...모티브를 참조하여 완성된 결과물이겠죠.
핑크 할아버지들의 주요한 앨범들이 대부분
오웰 증조 할아버지의 소설을 모티브 하지만 그닥 시비거리가 없죠.
솔직히 애니밴드가 신인밴드로 잘 다듬어 향상될 밴드라면 개인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데 원체 돈 드는 멤버들만 모아서 한판 터트린 다음 튈 생각으로 결성된 밴드라는 의구심이 들어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