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에 갇힌 좌파
무거운 이야기 (舊) | 2007/12/20 20:43
좌파 후보의 대표주자 권영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고작 3%의 득표를 하는 데 그쳤다. 당 지지율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기 자신이 지난 대선에서 얻은 표보다도 적다. 2002년에야 "사표론에 휩쓸려 노무현에게 표를 빼앗겼다"고 주장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그런 문제도 없었다. 왜 한국의 좌파는 이번 대선에서조차 97%의 우파에게 압도당했을까.
좌파, 진단에 실패하다
이에 대한 좌파 지식인들의 대체적인 진단은 "한국 사회에 계급의식이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익이란 구호 아래 상류층만의 이득이 국가의 이익으로 포장되고, 보수적 프로파간다에 사람들이 매혹되기 때문에 이런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은 비교적 간명하고 뚜렷하지만 너무 편의주의적이다. 실제로 사람들의 심리는 훨씬 복잡미묘하다. 예를 들어, 이명박을 찍어 주면 잘 사는 놈이 더 잘 살게 될 걸 알면서도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B급 좌파' 김규항 선생이 계속 주장하는 바는 "사이비 진보와 진짜 진보가 뒤섞여 사람들을 혼란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물론 이 나라는 레이건이 대처를 향해 "빨갱이"라 소리칠 수 있을 정도로 미쳐 돌아가는 나라이긴 하다. 특히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이 그렇다. 그러나 국민들이 그 말에 속을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조중동이 똑같이 좌파라 지칭할지언정 노무현과 권영길이 전혀 다른 정책을 편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가 지지를 잃은 것은 그들이 사이비 진보였기 때문이 아니고, 행정부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IMF 사태 이후 경제가 계속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말에 함몰될 필요가 없다.
좌파 내부의 문제 - '경제담론의 부재'
사실 좌파가 아무리 선전과 선동을 잘 했다 해도 권영길은 10%의 지지율을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것은 설령 노회찬 후보가 나왔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왜 그런가. 좌파 내부의 담론에서 경제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좌파 운동권들은 건강보험 제도의 잘못을 지적하며 "보장 수준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암 한 번 걸렸다가 집안의 기둥이 뽑혀나간 가정의 안타까운 사례를 보여주며, "이런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맞는 말이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장 수준을 늘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을 더 걷어야 한다. 그런데 돈을 더 걷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조세저항이 일어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부분에서 지출을 조금씩 줄일 수도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이런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는데, 그 때 좌파 운동권들은 "왜 그나마 있던 보장마저 박탈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처럼 좌파 세력에서 나오는 정책들은 하나같이 솔깃하지만 돈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태반이다.
경제정책의 큰 틀에 있어서도 모순은 산재해 있다. 그들은 경제가 '유기체'란 사실을 잊고, 부자로부터 빼앗아 가난한 쪽으로 돈을 가져다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한 정책이 실제 '돈의 흐름'에 막대한 승수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생각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부유세를 비롯하여 노회찬 의원이 대선 경선에 출마하며 내놓은 경제 공약들은 이러한 점들을 모두 망각한 탓에 대부분 이명박의 대운하 공약만큼이나 어이없는 것들이었다. 흐르는 강에서 개울들을 막아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노동 정책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들의 노동 정책 속에서는 공급-수요 그래프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말은 정말 좋다.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돈은 한정되어 있는데? 또 대기업 노조의 강성 노선에 대한 무작정적인 옹호는 또 어떠한가. 대기업 노조의 노동운동이 실제로는 주주집단이나 경영자 집단의 이익을 줄이기보다 하청업체,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파이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정말 '모든 노동자는 연대'할 수 있는가? 이 모든 문제가 좌파 세력의 정책에서 '돈'이란 한 글자가 빠져 있기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
계몽의 환상에서 벗어나기
물론 '돈'의 문제만 제하고 보면 민주노동당의 정책은 하나같이 빼어나다. 공고한 철학과 끝없는 고민이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 느껴진다. (외교 정책에 있어서도 위태위태해 보이지만, 사실 그건 한나라당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니 쌤쌤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 정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제다. 경제 공약이 지금처럼 성글게 짜여져 있는 이상 민주노동당은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3%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심상정 정도인데, 물론 이마저도 단편적인 인상에 지나지 않으니 확신을 할 수는 없다. 과연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 참패의 충격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지가 궁금할 뿐이다. 만일 또다시 민주노동당이 "국민들에 대한 계몽이 부족했다"는 (물론 대놓고 계몽이란 단어를 쓰진 않을 테지만) 엉뚱한 결론을 낸다면, 아마 민주노동당은 다음 총선에서도, 다음 대선에서도 결코 더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적어도 민주노동당보다는 지혜롭다. 좌파적 패러다임에 있어서는 민주노동당이 한국 최고의 두뇌들일지 몰라도, 진짜 생활과 생존의 방법에 있어서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에게는 이런 일갈이 필요하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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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왜 3%밖에 못 받았는지 명쾌하게 잘 정리해주셨네요.
늘 깔끔하고 핵심을 찌르는 글 잘 보고 갑니다.
눈에 쏙쏙 들어오는 정리네요. 더 추가 하자면 BBK사건이 대선카드로 쓰이는 바람에, 대선 구도가 이명박 vs 나머지 대선후보로 되어버려서 민노당의 목소리는 묻혀버린듯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북한과 연방공화국 설립이라는 무리수 있는 공약을 넣은것도 아쉽네요.
관심도 없는 유시민, 노무현을 계속 물고 늘어지는 선비 좌파들을 보면서
빨리 노무현 정권이 무너지고 이들이 원하는 진정한 좌파 대 우파의 대결의 날이 빨리 오길 바랬는데, 이제 그날이 왔으니 이들이 얼마나 멋진 굿판을 벌이는지를 두고 볼 생각입니다.
정확히는 기호 10번 한국사회당 금민후보님도 추가해야죠. 그래봤자 소수점이지만....
먼저 의료보험에서 보장 부분을 늘려야 한다는건 당연히 좌파의 숙원 사업입니다.
그걸 당연히 누진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더 걷어서 해야죠. 모든 좌파지식인은 같은 생각입니다.조세저항???
조세저항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간단합니다. 일상적으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게 하는 겁니다. 자기가 낸 돈이 자기에게 혜택으로 돌아온다는걸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죠.
그 일상적인 의료보험 혜택이 바로 정부에서 축소하려는 그 의료보험 혜택입니다. 아시겠죠? 뭐가 잘못됬는지를요,
잘못된건 정부의 정책이지. 진보지식인이 아닙니다.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그 의료체제던 복지시스템이던 마찬가지입니다.
복지를 국민모두가 기본적으로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나라들은 사회복지가 잘 운영되는 핀란드나 노르웨이등과 같은 복지선진국이 되고요. 그걸 일부 취약계측이 받는 시혜적인 복지가 되면 복지혜택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낸 돈이 자기한테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건 아주 당연한겁니다.
그리고 조세저항을 말씀하시는데요. 그럼 그 조세저항 감안하면 당연히 종부세는 애초에 존재해서는 안되죠. 안그런가요? 종부세 조세저항이 없었나요? 아니잖아요. 블로그 주인장님도 종부세 존재에 찬성하시잖아요. 마찬가지인겁니다. 의료보험도요.
정규직 문제는 진짜로 뭘 크게 잘못아시는듯 하네요.
당연히 현재의 상황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종속적인 상황을 개선시키려고 하는데 진보지식인입니다.
그걸 위해서는 당연히 주주자본주의 폐해를 고쳐야 하고 그걸 진보지식인이 하려는 겁니다.
또한 강성노조 자꾸 말씀하시는데 거기에 객관적인 데이터 따위는 존재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증오하던 조중동의 레토닉만 존재하죠. 뭐가 강성이고 뭐가 아닌겁니다?
거기에 어떤 기준이 있는겁니다. 제기준을 말씀드리죠. 전체적으로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조합률도 떨어지고 쟁의발생이나 노사분규율을 봐도 노동조합의 노사분규 발생에 있어서 그렇게 첨예한 국가가 아닙니다. 그건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또한 반대로 말씀드려서 정규직 노조만이 노동조합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정규직 노동조합이 아무것도 안하면 비정규직이나 아니면 하청업체 노동자들 처후가 더 나아지나요? 비정규직 법 개악에 있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가장 큰 노동계의 힘입니다.
블로그 주인장 말씀처럼 아무것도 안한다고 합시다. 파업이나 쟁의는 강성노조이므로 그럼 다른 비정규직 처후가 보장됩니까? 이건 거의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물론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함께 끌어안을려는 노력이 그들 내부에서 조차 잘 안되고 있는 한계점은 분명합니다. 전후맥락을 아무것도 살피지 않고 그렇게 뚝 잘라서 이야기 해 버리는건 사실도 아니고 진실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정규직 노조가 FTA나 비정규직법 개악때문에 파업을 한다고 합시다. 이건 불법 정치 파업이 됩낟. 이런 맹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들내부의 이권때문이 아니라도요 말이죠.
이런 서로 모순되는 상황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안하고 일방적으로 말씀하시는건 올바르지 않습니다.
ㅌㅌ //
제가 뭔 얘길 해도 님의 의견이 바뀔 것 같진 않군요.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도 굳이 제 의견을 재탕해 들려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논박할 필요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괜히 얘기만 길어질 것 같구요. ...... 님이 사는 나라와 제가 사는 나라는 다른 나라인 모양입니다. 정책의 해법이 정말 무지하게 쉽고, 시민들은 정부를 신뢰하며, 아름다운 이상향만 있으면 현실의 여러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 같네요. 부러운 나라입니다.
그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네요..
무지 쉽게 다른 진보지식이던 노동계의 의견이던 단 한마디의 이야기로 바보로 만드신 분은 예인님이시네요..
저도 공부가 필요하지만 조금은 더 다른사람 생각에 귀를 기울이시는건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