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한국 대중음악상 후보 발표
음악듣는 예인 | 2008/02/12 22:32
제 1회 한국 대중음악상이 열리는 것을 바라보며, 설레는 맘으로 "한국의 그래미가 될 필요는 없다. 그래미를 넘어서길 바란다"고 말했었다. 이제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꾸준히 유지되는 게 참 대단하다 싶다. 웹사이트에 접속했다가 '트래픽 초과' 화면을 바라보아야 하는 어설픈 시상식이지만, 결국 웹진에 범람하는 평론가들의 뻔한 리스트와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내놓는 초라한 시상식이지만, 그래도 늘 반갑다.
올해의 음반
에픽 하이, <Remapping The Human Soul>
이상은, <The Third Place>
이승열, <In Exchange>
이적, <나무로 만든 노래>
허클베리 핀, <환상... 나의 환멸>
사실상 이 음악상의 대상격인 이 부문에서는 에픽 하이를 제외한 네 음악가가 모두 만만치 않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승열이 받았으면 한다. 워낙 오랜만의 신작이고, 그래도 '대중음악상'이란 타이틀에는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올해의 노래
에픽 하이, <Fan>
원더걸스, <Tell Me>
이적, <다행이다>
인순이, <거위의 꿈>
허클베리 핀, <낯선 두 형제>
에픽 하이의 <Fan>은 이런 상을 받을 정도로 무게가 있는 노래는 아니지 싶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놀라운 가창력이 돋보이지만, 리메이크작이란 점에서 역시 무게가 떨어진다. 원더걸스의 <Tell Me>도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이 노래는 뭔가 독특하다. 단점을 지적하자면 무지하게 널렸는데도 솔직히 좋다. 대중의 취향이 옳다는 식의 소리는 <디 워>가 아니라 <Tell Me>를 위해 쓰여졌어야 한다. 차라리 <Tell Me>가 상을 받아 뭔가 한 번 시끄러워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두 개의 주요 부문 이외에도, 올해의 음악인 부문에는 에픽 하이, 웅산, 이상은, 이승열, 이적이 이름을 올렸고, 올해의 신인 부문에는 그림자 궁전, 원더 걸스, 윤하, 정민아, 할로우 잰이 이름을 올렸다. 에픽 하이 정도를 제외하면 누가 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쟁쟁한 후보군이다. 다만 '대중음악상'이란 취지를 좀 살리는 묘가 발휘되었으면 한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 그림자 궁전이나 할로우 잰은 이런 제네럴 필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번 시상식은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부문을 더욱 세분화, 장르별로 한 팀씩을 뽑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관심을 고조시킬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음악상의 권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인 것 같다. 제네럴 필드라면 몰라도, 장르별 부문에서는 어디까지나 장르음악에 걸맞는 완성도가 일차적인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현재까지 진행된 투표를 보면 가장 어울리지 않는 후보가 대중적 인기를 힘에 업고 1위로 치고 나온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던록 부문의 넬이나 록 부문의 노브레인은 그 대표적 사례다.
넬의 음악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마니아들의 지적은 지겨울 정도로 늘상 나오는 얘기인데다가, 이번에 후보로 오른 앨범은 정규 앨범도 아닌 재편곡 앨범이다. 심사위원 중 넬을 지독히 편애하는 인물이 있지 않고서야 후보 선정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록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후보군 중 누가 가장 좋은 앨범을 발표했는지를 말하긴 쉽지 않지만 적어도 노브레인이 아니란 것만은 단언할 수 있을 듯하다. 송라이터 차승우가 탈퇴한 이후 노브레인의 음악은 <청년폭도맹진가>의 그 완성도를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나윤선이야 이번에 그녀의 음반 중 최고작을 내놓았다지만 이 압도적인 표차는 아무래도 <인간극장> 이미지 덕분인 듯하고, 빅뱅과 원더걸스의 팬덤이 벌이는 표 대결도 껄끄럽다. 솔직히 장르별 부문에서는 좋아하는 음악가가 수상하더라도 전혀 기분 좋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한국대중음악상의 권위는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 아니, 심사위원장 자신이 "올해의 앨범 부문이야말로 한국대중음악상의 정신을 상징하는 분야"라고 직접 말했건만 모든 언론이 올해의 노래 부문을 수상한 인기 밴드 러브홀릭을 '대상 수상자'라 보도하던, 정신나간 1회 때부터 한국대중음악상에 권위 같은 건 없었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촌극에도 불구하고 틀림없이 정신만은, 진짜 음악을 일으켜보려는 그 정신만은 살아있었드랬다. 그 기백은 다 어디로 갔는가. 대중음악상의 권위는 누리꾼 투표같은 잡기술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납득할 만한 타당한 결과를 심사위원들이 내놓을 때, 즉 심사위원들과 대중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소통'할 수 있을 때 세워지지 않을까. 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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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의 어코스틱 비사이드 앨범은 사실 그들의 정규 앨범 중 가장 좋은 듯 싶은데요
그러나 여전히 다른 후보에 비해 무게가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재편곡 앨범을 음악상의 후보군에 올린단 것도 좀...... 이번 앨범이 무슨 편곡의 혁명을 몰고 온 것도 아니잖아요.
이번에는 좀더 대중적인곡들이 보이기시작하는군요.. 사실 아는곳이 많이 없어서그런지는 몰라도 요 근래에 텔미처럼 크게 열풍을 이루었던 곡이 있나 싶습니다..
저 역시 이승열.. 음!! 이상은도 많이 고민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