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가 짊어진 과중한 짐과 심각할 정도로 기괴한 유저 인터페이스는 이 기계를 전화 받고 음악 듣고 사진 몇 장 찍고 마는, 느리고 버벅거리며 약정을 걸고도 200달러를 내야 하는 애물단지로 만들었다.

이 휴대전화는 사용자를 병나게 만든다. 이 휴대전화를 수 분간 다룬다는 것은, 당신이 두통에 괴로워하는 것을 즐기는 여섯 사람이 당신이 들어보지도 못한 기괴한 언어로 고함을 질러대는 것을 듣는 것 만큼이나 괴로운 일이다. ... (중략) ... 터치위즈(주 : 삼성의 휴대전화 인터페이스)는 전염병이다. 그 병균이 죽음을 초래할 지경이다.

EngadgetGizmodo는 아주 영향력이 큰 전자기기 사이트다. 한국 언론이 워낙 외신 보도를 가지고 장난을 많이 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두 사이트는 정말로 유명한 사이트다. 혹여 오역이 우려된다면, 링크를 통해 원문을 직접 읽어볼 수 있다.

이 두 품평은 모두 하나의 휴대전화를 평가한 것이다. 제목에서 다들 눈치챘겠지만 그 휴대전화는 미국에서 발매된 삼성의 옴니아 2다. '미국의 SK 텔레콤'이라 할 수 있는 버라이즌(Verizon) 사를 통해 출시되었고, 국내판 T 옴니아 2와 거의 다르지 않은 휴대전화다.

물론 한국에서 발매된 T 옴니아 2에는 미국판에 없는 장점도 있다. 국내 최강의 음원 사이트 멜론을 이용할 수 있고, 강력한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인 T맵도 이용할 수 있고, DMB TV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사실 옴니아 2의 장점이 아니라 SK 텔레콤 고급 휴대전화 라인업의 공통된 장점이다. SK 텔레콤에서 다른 고급 스마트폰을 내놓는다면 T 옴니아 2의 장점은 순식간에 희석될 수밖에 없다.

T 옴니아 2를, 시쳇말로 '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렇다. 한국 시장에서 T 옴니아 2는 아이폰의 대항마다. 그런데 이는 고급 스마트폰이 그 두 개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이 비정상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시장, 여러 회사에서 고급 스마트폰을 앞다투어 내놓는 상황에서라면 어떨까? 아이폰은 꽤 잘 팔릴 것이다. 그럴만한 고유의 매력이 있다. 그러나 T 옴니아 2는 그렇지 않다. 정상적인 시장, 여러 스마트폰이 경쟁하는 시장에서라면 T 옴니아 2는 외면받아야 할 폰이다.

어떻길래 한국 시장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인가? 스마트폰으로서의 정체성이 다소 모호한 노키아 심비안 폰, 업무용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은 블랙베리, 함부로 언급하면 애플빠로 몰리기 십상인 아이폰은 빼놓고 얘기하자. 그래도 문제는 여전하다. 윈도 모바일 스마트폰의 최강자인 HTC는 '터치 다이아몬드'같은 한 철 지난 스마트폰만 내놓고 있다. 모토롤라는 자사 최고의 인기 스마트폰 드로이드를 결국 들여오지 않기로 했다. HTC나 모토롤라가 아예 한국에서 사업을 않고 있다면 모를까 이건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 까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기로 하자. 삼성전자 측이 SK텔레콤 측에 '아이폰 도입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도 있다. (프레시안 기사) 보수 논조로 분류되는 한국일보에서 처음 보도했다가 삭제된 것이다. 그 뒤에 SK텔레콤 측과 삼성 측의 어떤 '빅딜'이 있었으리라는 의혹도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소문이다. 정황이 그럴듯하다고 해서 맞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시장은 비정상적이고, 왕좌에 오르기에는 한참 부족한 T 옴니아 2가 왕좌를 노리고 있다. 삼성의 마케팅 폭격 덕분인지 '아이폰 대 옴니아 2'의 경쟁구도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모토로이(motoROI) 정도를 제외하면, 여전히 세계를 휩쓸고 있는 스마트폰 열풍은 한국과 한 발짝 쯤 떨어져 있다. T 옴니아 2의 성공은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밀월관계 - 이 '밀월'은 위의 문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 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킴으로써, 스마트폰 시장을 키우기보다 이런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을 고착화시킬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T 옴니아 2가 실패했다고 해서 SK텔레콤이 밀월을 끝내고 다른 고급형 스마트폰을 들여왔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사족이지만, 만일 누군가가 나에게 "아이폰과 T 옴니아 2 중 어떤 휴대전화를 사야 할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나는 과감히 사이언의 쿠키를 추천할 것이다. 이 질문은 이상한 것이다. 두 휴대전화는 범주가 너무 달라서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싼 휴대전화란 이유로 같이 묶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휴대전화 하나 사는데 직접 써 볼 필요까지 있느냐는 사람이라면 공짜로 살 수 있는데다 그냥 휴대전화로 쓰기에는 아이폰이나 T 옴니아 2보다 훨씬 편한 쿠키가 적절하다. 진짜 스마트폰을 써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위 사람이나 대리점 직원에게 물어보지 말고 직접 써 보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 말만 들어서는 이 두 휴대전화의 차이를 가늠하는 게 불가능하다. 헌데 아마 두 휴대전화를 직접 써 본 뒤 결국 쿠키를 사는 사람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아이폰으로 DMB만 볼 수 있었드라면 자신있게 아이폰을 추천할 수도 있었겠지만......

1줄 요약
나는야 쿠키빠 (2)


2010/01/21 17:49 2010/01/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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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dow7 2010/01/21 22:25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일본을 갈라파고스라 칭하던데, 이러다가는 한국 IT도 갈라파고스를 넘어 아이티가 될 수도....

  2. 예인 2010/01/22 00:17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일본은 기업들이 좁은 내수시장에 갇혔단 뜻에서 갈라파고스라 불리지 않스빈까?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고 살지는 않는데......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 회사라는 샘숭이나 엘쥐가 소비자들을 갈라파고스에 가두고 있으니 한 수 위의 갈라파고스가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3. 어이쿠 2010/01/22 12:44 | PERMALINK | 고치기 |

    잘못 생각하시고 계신 것 같스빈다.

    시장이 좀더 크니 제조사가 많고 물량이 좀 더 많다는 것을 빼면 다를 거 없스빈다. 통신사에 의한 유통, 통신사 전략에 맞춘 제품 개발, 각종 '전용' 서비스에 길들여진 사용자, 거기에 맞추다보니 점점 특이해져가는 기능 등등.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두 회사가 해외와 국내를 나눠서 아예 따로 기획하는(!?) 수준이라면 일본 제조사들은 국내에 집중하다가 안되겠다 해외나가자 하려고보니 명함도 못내밀겠더라 이정도?..

    딱히 씁새 르그 쉴드쳐줄 생각은 없으나, 일본 시장이라고 뭐 다를 것 없다는 (오히려 요금 훨씬 비싸고 각종 서비스 수수료 엄청나고) 것만 언급함미. 소비자가 더 손해를 보는 구조일수도 있슴미.

  4. 예인 2010/01/22 13:49 | PERMALINK | 고치기 |

    오 그렇근녕. ㅈㅅㅈㅅ 제가 일본에 살아본 적이 없는터라...

    하기사 일본에서 주류라는 휴대전화 메일이니 원세그니 무슨 휴대전화 인터넷이니 하는 것들을 보면 딱 한국이 일본 서비스를 따라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통메 및 병맛 로고 등은 버라이즌...

    역시 선진국은 병맛 서비스에서도 한 수 위... -ㅁ-

  5. 어이쿠 2010/01/22 23:03 | PERMALINK | 고치기 |

    모델 넘버 붙이는 것에서부터 병맛의 향기가 풀풀..

    보통 일본 캐리어들이 붙이는 기종명에는 제조회사, 출시년도, 출시순번이 들어가 있스빈다. Xperia X10의 경우 일본에는 NTT 도코모에서 SO-01B라고 나왔다는데, SO니까 SONY겠고, 01만 봐서는 년도는 안보이는데 도코모로는 처음 나오는 폰이라 그런가..잘 모르겠근영. 하여튼 삼성은 소뱅에서 뭐시기SC라고 출시하기도 했고 그렇스빈다.

    여기서 대략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결국 이런저런 출시전략에도 상당히 개입하빈다. 뭐 같이 설계해서 파는 셈이니 제조사도 공생관계이긴 하져. 갑님들이 이렇게 해주신 덕분에 일본 제조사들이 도태된 것도 있긴 하네효.

  6. 예인 2010/01/23 01:48 | PERMALINK | 고치기 |

    사실 전파는 공공재고 휴대전화 역시 거의 메리트재 비슷하게 가는 만큼 정부의 간섭이 필요하긴 한 것 같습니다. usim 정책이나 요금제에 대한 간섭 같은 것들요. 공공재인 전파를 독점해 '갑'이 벌이는 온갖 기괴한 작태들을 막기 위해서는......

    그런데 정작 정부가 개입하는 거라곤 위피처럼, 메리트재의 철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뻘짓이네욤. -ㅁ-a

  7. 멍멍이소리 2010/01/22 10:50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제가 쿠키 쓰다 위약금에 기기대금 다 물고 아이폰으로 넘어왔답니다 ㅠ.ㅠ
    쿠키도 터치폰으로서는 괜찮지만, 스마트폰이 아니라면 궂이 터치를 쓸 필요가...
    너무 불편하더라구요 인터넷도 그렇고 문자보내기 조차도 장난이 아니니니 원...
    걍 바로 아이폰으로 넘어오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ㅎㅎ
    아니라면 차라리 롤리팝이나 화면 큰 키패드 있는걸로...

  8. 예인 2010/01/22 13:53 | PERMALINK | 고치기 | 답하기 |

    핸드폰이 삐걱대는 느낌을 주는 쌤쑹의 트레이드마크 '햅틱'도 굉장한 병맛이지만 에르쥐의 에쓰클래스에 비하면 양반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분들은 아레나와 뉴초콜렛의 시망 이유로 재앙에 가까운 에쓰클래스 UI를 들기도 하더군요. 에르쥐도 (당연하게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이번에 UI를 잘 만드는 중소기업과 손을 잡았다는 얘기가 들리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