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오서 불화로 비춰본 인터넷에 대한 단상
세상만사/세상 이야기 | 2010/08/26 01:05
하루 종일 온갖 사이트를 점령하고 있는 김연아-오서 불화. 사태의 개요는 이렇다. 이상적인 사제 관계로 보였던 김연아 씨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 그런데 24일 갑자기 오서 코치 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당황스럽다"고 주장했고, 김 선수 측이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며, 장기간 껄끄러운 관계였다"고 맞받았다.
양측의 주장은 서로 완전히 상반되어 있지만, 실상 제 3자는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문제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서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 그런데 희한하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댓글창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김연아가 잘못을 했네 오서가 잘못을 했네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얄팍한 정보, 대립되는 입장만 보고서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었을까?
나는 이 분위기를 보면서 문득 <How Customers Think>라는 제목의 책을 떠올렸다. 이 책은 소비자의 소비가 합리적인 이성의 작용이 아닐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논제를 던졌다. 소비자는 무의식적인 어떤 동기로 인해 이미 구매를 결정한 뒤, 그제서야 이성을 통해 자신의 구매를 '합리화한다'는 것. 예인에게 아이폰을 왜 샀냐고 묻는다면 아마 "앱 스토어의 뛰어난 생태계, 미려한 디자인, 훌륭한 UX" 등을 이유로 들겠지만, 사실 그가 아이폰을 산 이유는 그냥 "애플이 폰도 만들다니 하악하악" 따위의 이유였을 수도 있다는 것. 그가 든 구매 이유는 사실 구매를 이미 결정한 뒤 가져다 붙인 것일 수도 있다는 것.
현 상황도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브라이언 오서 씨를 비난하고 어떤 사람들은 김연아 씨를 비난하고 있다. (아마 후자 쪽이 훨씬 많은 것 같다.) 발칙한 의심이 든다. 하지만 실상 그 판단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내려진 것이 아니라, 이미 그들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던 김연아 씨에 대한 호오에 따라 내려진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다. 김연아를 싫어하던 사람은 김연아가 잘못했다고 일단 판단을 내린 뒤 그 이유를 뒤늦게 가져온 것이고, 김연아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김연아가 잘했다고 일단 판단을 내린 뒤 그 이유를 뒤늦게 가져다붙였던 게 아닐까? (물론 김연아의 팬이라면 김연아를 일단 믿는 게 당연하다. 그걸 굳이 문제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엉뚱하게도 이 이슈에 그녀의 CF 촬영이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 따위의 이슈가 같이 섞여들어가고, 심지어는 '돈연아' 같은 모욕적인 별명까지 끌어오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어쨌거나, 감히 생각컨데,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는 침묵과 기다림일 따름이다.
ⓣ http://yeinz.kr/blog/trackback/694 (주소를 클릭하면 클립보드로 복사됩니다.)
- Twitter Trackbacks 에서 트랙백 | 2010/08/26 08:53 | 지우기 |

우리가 '찰나'에 판단하는 근거는 인식하지 못할만큼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됩니다...그래서 말로 표현할수 없이 스쳐가는 그 판단기준들 중 몇가지를 언급할 뿐이죠. 팔이 안으로 굽는게 결론적으론 맞겠지만 그것이 비합리적이라는것은 우리 스스로를 너무 단순화시킨게 아닌지 싶습니다^^;
항상 계약하기 전에는 무수한 말들이 쏟아지는거 같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