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dforemost

전공 | 2009/01/17 18:19


6. 기억은 언제나 역행한다. 나를 농락한 네가 생각나면, 다시금 내가 죄를 지었던 누군가가, 그리고 다시 내게 죄를 지었던 누군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역행한다.

5. 2009년 1월, 시험장에서 나오자, XX은행에서 설치한 판매대가 보였다. 이상한 종이를 나누어준다. 닥터 클럽 신용대출, 최저 6.xx%, 최대 4억 블라블라. 직원들이 들뜬 학생들을 막 붙잡으며 얘기 좀 들어보고 가라며 꼬신다. '사(師)'자의 의미는, 고래 그리스로부터 현대의 모든 사회에 이르기까지, 혹 SF 소설의 미래상에 이르기까지, 어떤 - '신분'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합격증을 받는 그 순간부터, 혹 합격증을 받기 전부터 이미, 풍경은 변해간다. 숭고한 직업적 양심, 뭐 이런 복잡한 얘기와 관계없이.

4. 6년 전, 어리버리한 신입생으로 한의대에 입학했다. OT 때 선배들이 한의대에 왜 왔냐고 물어본다. 다들 "한의학에 평소 관심이 많았고 블라블라"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도 얼결에 똑같이 대답했다. 그로부터 수 년 후 학생회로서 OT에 참가했을 때, 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신입생 때, 선배들이 OT때 한의대 왜 왔냐고들 물어보는데 정말 X 같더라, 솔직히 적당히 배치표 보고 선택한 거지 무슨 평소에 한의학에 관심이 많고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고 블라블라 하는 소리들을 기대하냐고." 현실적으로, 한의사로서 우리의 상(像)은 입학 전에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고, 실습을 하고, 의료봉사를 하면서 점차 형성되어간다. 그 롤 모델은 진짜 의학자에서부터 뭔가 의심쩍은 구석이 있는 사기꾼까지 다양하지만.

3. 고교 시절, 대수능 모의고사를 보기 시작하면서, 지망학과를 적어내야 했다. 지망 학과를 적어내면 합격 가능성을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교실 뒤에 붙어있는 배치표를 보았다. 적당히 내 점수에 맞는 학과를 찾았다. 공대? 중학교 때까지는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젬병이란 게 드러났으니 패스다. 의대? 대학생들끼린 우리과 공부가 더 빡쎄다고 설왕설레가 오고가는 것 같지만, 고교생이 객관적으로 보기에 그 중에 제 1은 의대라. 다른 대학생들이 학점 싸움을 하는 동안 의대생은 유급 앞에서 생존 싸움을 하고 있으니. 고로 또 패스다. 또 자세히 보니, 음, 한의대란 게 있다. 기껏해야 오르비 따위의 럭셔리 고딩 놀이터에서 나오는 얘기긴 하지만 의대보다는 '덜 빡세단다'. 뭐 돈도 좀 덜 버는 것 같지만. 어쨌거나 한의대를 지망하기로 했다. 대수능 자체는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그 해 어렵게 나온 과목들에서 점수가 높게 나와 소위 '변표 대박(요즘 대수능에서는 나올 수 없는)'을 쳤다. 진학 시도때 한의대를 쓰겠다고 말하자, 선생님들은 이 점수로 한의대를 쓰는 건 도박이라고 했다. 그래서 못 붙으면 재수라도 하겠다고 떼(?)를 썼다. 근데 단방에 합격했다. 헐퀴, 이러니까 다들 강남 8학군이니 하는 좋은 고등학교에 가려고 하지.

2. 초등학교 때는 내가 전형적인 과학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무슨무슨 클럽에서 붕어 해부 따위를 했다. 그러다가, 일기 쓰기 귀찮아서 어느날 일기에 시랍시고 나부랭이 하나를 적어서 냈다. 선생님이 칭찬을 해 주셨다. 그래서 문예에 관심이 생겼다. 고 1때까지도 그 예술(藝術)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져갔는데, 심지어 고 1때는 지망학과에 예능 계열 쪽을 적어 내곤 했다. (물론 담임 선생님의 급 어두워지는 표정을 보아야 했다.) 문학회에서 시작(詩作)을 공부했고, 만화가에게선 만화 그리기를 공부했고, 음악 노트를 사다놓고 화성(和聲)을 공부했다. 물론, 그 어느것도 제대로 배운 것이 없다. 함량 미달의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 그저 낙서일 뿐이고, 진짜 예술까지 가기엔 사람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너무 길다. 물론 돈을 무척 벌기 힘든 직종임에도 확연하다. 문예가들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 찾아봤더니, 글을 쓰는 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문예가들이 열 명 남짓이라는 얘기가 들렸다. 그래서 관뒀다. <새벽 내리는 길>, <십자가 보이는 언덕으로부터> 같은 '시 나부랭이'가 그때 쓰여졌고, 이젠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Start!> <진심> 따위의 멜로디들이 그때 만들어졌다.

1.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그러니까 1990년대 초중반 즈음, 세상은 바야흐로 IT 버블을 바로 목전에 두고 있었다.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세대가 바뀌고 있었고, 이메일이나 BBS, 하이퍼텍스트 같은 새로운 기술들에 눈을 떴다. 그 기술의 함의에 대해 잘 알 리가 없는 초등학생에게도 인터넷 산업은 기회의 땅으로 보였고, 나의 장래희망은 처음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나중에는 웹 디자이너로 바뀌었다. (여담이지만 그때 '부모님이 원하는 아이의 직업'란에는 늘 '변호사'가 쓰여져 있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었을 때, 그러니까 1997년 즈음, IT 산업은 외형적으로 급속히 팽창했다. 시쳇말로 '개나 소나' IT 산업으로 뛰어들었다. 중학생 따위가 IT 버블을 예측할 수 있었겠냐마는, 어쨌든 그 몇년 새 세상은 너무나 많이 바뀌었고, 사회에 나가려면 앞으로도 10년이나 남은 이 중학생에게 인터넷은 더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었다. 그때 따 놓았던 정보기기운용기능사니 정보처리기능사니 하는 자격들은 그저 웹 버블 시대에 휘말린 한 중학생의 훈장으로 남게 되었다. 그 중학생은 인터넷 업계의 황금기를 바라보면서 오히려 "컴퓨터 따위론 돈을 못 버는 시대가 곧 온다"며 선각자인 척 잘난 척을 했는데, 그 치기어린 예측은 놀랍게도 얼마 안 돼 현실이 되었다.

2009/01/17 18:19 2009/01/17 18:19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기존에 블로그에 썼던 글을 좀 짜집기한 부분도 있다. 하락희문으로 돌아가는 벽암 선생의 방법론이 한의학의 원류와 '최초의 모습'을 찾는 한의학의 시작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세부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반대의 기치를 내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학적 방법론이 한의학의 '오메가' 마저 될 수 있느냐 하면, 그 역시 아니라고 본다. 경학적 방법론도, 역학적 방법론도 결국 하나의 점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한의학은 어떤 모습이든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그리고 끝없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2007/06/07 00:44 2007/06/07 00:44
 

CGN 리포트

전공 | 2007/05/01 00:56



주류의학(서양의학)적으로는 치료 불가. 한의학적으로도 치료 불가. 현상 유지만으로도 감지덕지. 암담하기 짝이 없는 병, 만성사구체신염에 대한 암담한 리포트. 총 5장.

만성사구체신염(CGN)은 일반적으로 심각한 만성신부전으로 이행하며, 치료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발병 초기에는 혈뇨나 단백뇨 이외의 증상이 없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격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은 만성신부전으로 이행한 뒤인데, 만성신부전으로 일단 이행하고 나면 예후가 아주 불량하다. 통계에 따르면, 특히 당뇨를 동반한 만성신부전의 경우, 5년 생존율이 대부분의 암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2007/05/01 00:56 2007/05/01 00:56
 

자유무역 만만세

전공 | 2006/12/17 12:39


http://news.naver.com/hotissue/ranking_ ··· Bseq%3D7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빨갱이 새끼들 목을 다 잘라버려야 해



이런 걸 보면, 노무현은 확실히 정치인은 아니다. 정말 인기 없을 정책만 골라 쓰지 않는가. 차라리 한나라당처럼 100%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거듭난다면 좋았을 것을. 소위 법률 / 의료 / 교육, 시장이 제대로 자동하지 않는 세 가지 공공 분야가 자유무역의 틀 속으로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웃기는 것은, 경제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한나라당보다 수 배 더 "시장주의자" 축에 속하는 노무현이 좌파라 불린다는 사실이다. Superior Goods와 시장 실패로 대변되는 공공 분야를 시장에 맡기려는 자가 한국의 좌파라면, 대체 한국의 우파란 건 어떻게 생겨먹은 족속들이란 말야?

2006/12/17 12:39 2006/12/17 12:39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무려 영국 총리 아저씨가 했던 말이랜다.

한의학에는 정량화된 데이터로 승부하는 논문이 많지 않다. 보통 "사군자탕"이란 약을 들어 소화가 잘 안 되고 항상 피곤한 사람에게 잘 듣는 한약이라고 하는데, 사실 정말 그런지를 증명할 수 있는 논문은 거의 없다는 얘기. 사실은, "사군자탕"이 어떤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조차 거의 없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한의학의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최근 한의학 학술지들을 들여다보면, SASS니 하는 다양한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해 한의학적 치료법의 효과를 증명하려는 논문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 논문들의 결론은 대체로 뻔한데, "xx 이상의 p value를 얻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임상가들이, 이런 논문들의 임상적 가치가 전혀 없다고 토로한다. 대체 왜 그럴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영국 총리 아저씨가 통계는 거짓말이라고 했다니까요.

일전 블로그에 쓴 <연봉 4천의 함정>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는데, 통계는 해석하는 사람의 눈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최근 읽고 있는 경제학 교양서에 나오는 예를 들자면, 십 수 년 전까지 사람들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간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리면, 기울기가 마이너스인 1차함수 그래프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즉, 실업률이 낮아지면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얘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 간명했다. 그동안 쌓인 통계가 그렇게 얘기해줬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정책을 채택하게 되는데, 이게 헛짓거리임을 까발린 사람이 바로 저 유명한 강호의 고수 밀튼 프리드먼이다. 그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부의 상관관계'가 절대적 법칙이 아님을 조리있게 설명한 뒤, 그따위 정책을 계속 쓰면 이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임을 강력히 경고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프리드먼의 예언은 현실화되었고,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으로 빠져들어갔다.

왜 이따위 일이 일어났는가? 논리적 연관관계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숫자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떤 정책가들은 PC방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시기와 청소년 범죄가 급증한 시기가 대충 일치하므로 PC 게임이 청소년 폭력의 주범임에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언뜻 옳아 보이는 주장이지만, 그 주장에 대해 나는 이렇게 반박하겠다. 내가 보기에, 그 시기는 또한 모든 중고등학교에 급식 제도가 시행된 시기와도 대충 일치한다. 따라서 청소년 범죄가 급증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급식을 먹였기 때문이다. 또 그 당시는 SES와 핑클이 한창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때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핑클 팬들과 SES 팬들의 주먹다짐 때문에 청소년 범죄가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기다려 보라. 그 시기는 클린튼 미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터진 시기와도 일치하는데, 클린튼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모방 성행위를 일으키게 한 것인가?

그러니까, "xx 이상의 p value" 운운하는 논문이라는 게 다 가치가 있는 게 아니란 소리. 암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실험자가 애당초 헛다리를 짚고 있으면 전혀 엉뚱한 결론도 나올 수 있단 거다. 사실 이런 의학 실험에서 신뢰할만한 결과를 얻으려면 그만큼 뛰어난 실험 설계와 논리적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실험을 할 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2006/11/17 22:29 2006/11/17 22:29
 

김기왕 교수님이 일전에 "확진 수단"에 대해 짧게 얘기하셨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최근 통풍(Gout, 요산대사이상으로 발생하며 발가락 부위의 심대한 통증을 동반하는 대사질환)에 대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큰 고민에 빠졌다. 일단 논문들을 뒤져보며 몇 가지 결론은 얻었다. 첫째, 한국에서는 통풍을 닥치고 "풍한습비통"의 범주에 귀속시키고 있다는 것. 둘째, 중국에서는 실증과 허증으로 나누고 각기 독특한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헌데 문제가 생겼다. 실증과 허증을 나눌 '확진의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대체로 통풍에서, 허증을 감별하는 기준은 부인증상(?? negative symptoms를 번역한 건데, 마땅한 번역어를 찾지 못했다)을 보는 것 같다. 쉽게 말해서, "실증이 아니면 허증"인 것이다. 예를 들자면, 혀에 두껍고 번질거리는 설태가 생겼다거나, 어반이 생겼다거나, 맥이 활하거나 삽하다거나, 돋보이는 열증을 보인다거나 하는 것들, 얘네들이 실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걔네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그럼 허증. 이런 식인데, 그다지........

결국 내게는 또 한가지 중대한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확신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한의학에 무한히 많은 지식의 데이터베이스가 쌓여있다고 해 보자. 2천년이 넘는 경험의 집적체가 한의학이라고 해 보자. 하지만, 그 뜬구름 잡는 소리를 어떻게 확신할 것인가? 설령 완전히 믿고 따른다고 해도, 내가 본 어떤 현상이 그 뜬구름 잡는 소리와 같은 것이라고는 또 어떻게 확신할 것인가? 결국 결론은, "즐"이다.

2006/11/13 00:26 2006/11/13 00:26
 

리포트 씁시다

전공 | 2006/11/06 20:41

고등학교 때 나는 전산부와 더불어 인문사회과학부를 자주 드나들었다. 그 때 방용호 선생님은 무너진 공교육 속에서도 돋보이는 능력있는 국어 교사이자 학교의 몇몇 문학소년소녀(?)들을 이끄는 길잡이였는데, 꽤 긴 시간을 통풍(Gout)으로 고생하고 계셨다. 통풍은 대사질환의 일종인데, 밤중에 발가락 부위 등에 갑자기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그 통증이 너무나도 극심해서 마치 호랑이가 한밤에 울부짖는 것 같다고 해서, 옛날부터 "백호병"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의대 입학 후 방선생님은 내게 "통풍에 대해 연구해서 내 통풍을 치료해 다오" 하는 뼈있는 농담을 던지셨는데, 과연 한의학적으로 치료가 잘 되는 병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첫 걸음으로, 한방병리학 리포트를 겸하여 통풍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현재 통풍은 주로 습열어결 및 간신음허 증상으로 보는 것 같은데, 치료를 위해서는 사묘산가백호가계지탕, 육미지황탕가감방, 독활기생탕가감방, 양화탕가감방, 영선제통음, 소경활혈탕, 월비가출탕 등을 적절히 사용한다. 자세한 내용은 리포트에 적혀 있다. 서론 및 결론 포함 총 13장 분량.

그건 그렇고, 로제타로 돌리는 한글은 너무 느리다.... -ㅅ-

위는 퇴짜맞고 다시 올리는 수정판. 완전히 재구성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거의 누더기 수준이 되어버렸다...... 학교에선 팔십 개 중 육십여개가 넘는 리포트가 퇴짜를 맞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일 때문에 학관에서 또 한 번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자세한 내용은, 이런 공개된 곳에서 풀어놓기에는 적합치 않으므로, 생략한다.


첨언.

레포트 수정판을 올리면서 발견한 사실인데, 대체 누가 이 레포트를 19번이나 다운받은걸까? 한의학도가 아니고서는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어렵게 쓰여진 졸문인데;;

2006/11/06 20:41 2006/11/06 20:41
 

Awfully or Breathtakingly

전공 | 2006/10/02 15:08

긴 시간동안, 얼치기 운동가들은 정부와 행정 관료(테크노스트럭쳐)를 최후의 적으로 삼고 그들을 향해 칼을 갈아 왔다. 그러나 고종석의 일갈처럼 대통령이 테크노스트럭쳐와 정당, 이익 단체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라면, 행정 관료 역시 그 스스로의 행정편의주의와 더불어 정당 및 이익단체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을런지 모른다. 그렇다면 운동가들의 칼은 행정 관료에게가 아니라 이익 단체들에게 겨누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행정 관료들에게 행정편의주의뿐만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고민 또한 남아있다면, 더더욱 행정 관료들을 향한 칼은 거두어져야 마땅하다.

<한의사 전문의 제도 개악(改惡) 사태>가 이제 슬슬 종국으로 치달아간다. 학생단체는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었지만, 사실 학생단체에게는 정책을 결정할 힘이란 게 없다. 이제는 한의계 내부의 격렬한 논의와, 최종적으로 행정 관료(보건복지부)의 선택만이 남아있는 셈이다. 아주 끔찍하게, 또는 아주 아슬아슬하고 기막히게.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끔찍한 결론이 난다면 그것은 한의계의 탓일 것이며, 아슬아슬하고 기막힌 결론이 난다면 그건 테크노스트럭쳐에게 아직 이성과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믿음이 남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물론 아주 낮은 확률로 한의계가 사람을 기절시킬 만한 굉장한 합의(Stunner!)를 도출해낼 수도 있을텐데, 이 경우에도 이는 한의사 개개인의 양심 덕분이 아니라 한의협의 관료제가 아직 버리지 않은 이성 덕분에 가능할 것임을 확신한다. 무슨 소리냐고? 한의계에 대한 내 모든 믿음이 이미 깨어졌다는 얘기다. 선배들에 대한, 그리고 우리네 학생들에 대한 모든 믿음이!

2006/10/02 15:08 2006/10/02 15:08
 

교양교육 내용

전공 | 2006/09/27 18:35

1.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에 대해

여러분도 자주 경험해보셨을거에요. 어딘가 아파서 병원에 가긴 가야겠는데, 대체 무슨 병원에 가야 할 지 감이 잘 안 잡히는 경우. 내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정신과? 아픈 것도 서러운데 아주 머리가 아플 지경이죠.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만일 여러분이 눈 아래 부위에 심한 동통을 느꼈다고 해 봅시다. 근데 왜 아픈 걸까요? 피부의 문제? 뼈의 문제? 근육의 문제? 정신적인 문제? 신경의 문제? 호르몬의 문제? 의학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는 보통 사람이, 여기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전부다 전문의를 따고, 전부다 전문과목을 표방하고 의료를 하니 이런 엉뚱한 문제가 벌어진 거에요. - 그래서 필요한게 "1차 의료기관", 즉 의원입니다. 전문의(SP)가 아니라 일반의(GP)가 진료를 하고 있는 곳, 아프면 무조건 갈 수 있는 곳. 내가 내과로 가야 하나, 이비인후과로 가야 하나, 정형외과로 가야 하나, 정신과로 가야 하나, 이런 복잡한 없이 일단 갈 수 있는 의원. 그런데 우리나라엔 그런 의원이 없어요. 1차적인 진단을 환자 스스로 내려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이 문제는 이미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도 충분히 직시하고 있는 내용이라, 한 가지 묘수(?)를 내놓았죠. "가정의학과", 의원급 진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전문의. 이 코메디같은 상황이 지금 우리의 의료 현실입니다.

2. 내부적 신뢰의 파괴에 대해

여러분의 아이가 갑자기 고열에 시달립니다. 여러분은 어디로 달려가시겠습니까? 정형외과? 성형외과? 정신과? -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당연히 소아과로 달려갈 겁니다. 왜 그럴까요?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정신과 전문의가 소아의 고열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건 아닙니다. 정형외과, 성형외과, 정신과 전문의도 일단 의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니, 소아의 고열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해요. 사실 여기에는 일종의 신뢰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소아과 전문의라는 타이틀이 그가 소아 진료에 대해 특화되고 전문적인 지식, 연구능력,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임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아프면 소아과로 갑니다. 그런데 만일 '소아과 전문의'가 사실 소아과에 대해 별 연구능력이나 특별한 지식이 없다면? 실컷 아이를 믿고 맡겼는데 사실 옆 병원의 정형외과 의사와 진료능력에 있어 전혀 다를 바가 없다면? 그 소아과 의사를 믿을 수 있을까요? 아니, 전문의제도 자체를 믿을 수나 있을까요?

이외에도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까지, 약 3-40분간의 간략한 교양교육이 있었다. 듣는 학생들의 태도는 상당히 진지했지만, 일부는 (당연하게도) 개판이었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이 내용은 좀 더 가다듬어지고 직설적으로 변해 블로그에 올라갈지도 모른다. 이는 아마 기성 한의사들 및 한의계에 대한 내 모든 신뢰가 완전히 붕괴하여, 차라리 체념이나 다름없는 절망이 내 안에서 싹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날 이후, 나는 한의계의 가장 큰 적이 결국 가장 더러운 이익단체에 불과했던 우리 자신임을 깨달았다. 칼을 갈아라. 나 자신의 미래마저 불확실하게 만들지 모를, 혹 쓰레쓰홀드 퍼커션처럼 아무데도 찌를 수 없어 나 자신을 파괴하게 만들 뿐일지도 모를 그런 무시무시한 칼을 갈아라. "투쟁!"

2006/09/27 18:35 2006/09/27 18:35
 

전한련 시대의 종말

전공 | 2006/09/11 21:42

전한련 부회장/정책국 회의를 위해 대전에 출장을 간 뒤, 회의장에서 욱해서 한 소리.

마음에 안 드는 소리일 수도 있고, 헛소리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그냥 얘기할게요. 나는 이게 전한련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의대에 입학한 학우들은 강제적으로 학생회에 가입됩니다.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에요. 그리고 전한련은 "전국 한의과대학 학생회 연합"을 뜻합니다. 한의대 학생회에 가입한 모든 사람들이 곧 전한련의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한의대에 입학하면 누구나 강제적으로 전한련의 일원이 된다는 얘기죠.

한의대는 학문적 공동체입니다. 어떤 정치적 이념에 따라 한의대에 입학한 사람은 없어요. 한의대는 한의학이라는 학문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곳일 따름이죠. 반면 전한련은 지극히 정치적인 집단입니다. 여기서 모순이 생깁니다. 한의대는 탈정치적이고 학문적인 공동체인 반면, 전한련은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집단인데, 이 둘의 구성원이 정확히 같아요. 똑같은 사람들이에요.

여러분은 전한련 학우들이 한 목소리로 단결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전한련 학우가 모두 몇 명이죠? 5천명 정도로 칩시다. 그 5천명이 하나의 정치적인 목소리에 합의하기를 원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게 가능할 리가 있습니까? 애당초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아니고, 학문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일 따름인데. 예, 그래서 전한련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여기까지 얘기한 뒤 나는 세 사람으로부터 동시에 공격받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공격에 대응하는 대신 '당신들의 의견에 나만은 합의하지 않겠습니다'는 방어적인 논리로 일관해야 했다. 왜냐하면 나의 논리는 회의장에서 차마 얘기할 수 없는 급진적 결론으로 귀결되기 때문이었다. 회장이라면 또 모르거니와, 나에겐 그런 주장을 펼칠 권한이 없었다. 그 귀결이란 이런 것이다.) "전한련이 유지될 수 있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학문적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단결시킬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수 년 전에 종말을 고했어요. 학문의 공동체라면 모르거니와, 투쟁적이고 정치적인 집단으로서 전한련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2006/09/11 21:42 2006/09/11 21:42
 

상한론 일독

전공 | 2006/08/17 23:01

한의학의 고전 <상한잡병론>의 일부인 <상한론>은, 지금도 한의과대학 정규 커리큘럼에 들어있을 정도로 중요한 책이다. "성인의 사상"으로 상징되는 동양적 연구 방법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말을 패러디해 말하자면) 한의학은 사실상 <상한잡병론>에 후세의 의가들이 갖다붙인 거대한 주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상한잡병론>의 편제는 사실 굉장히 허술한데, 이는 한의학자들이 "성인의 말씀을 거슬러선 안 된다"는 윤리적 당위와 실제 임상적으로 얻은 결과 사이에 놓인 괴리를 극복할 수 있게끔 촉진한 아이러니한 촉매일지도 모른다. <상한잡병론>의 원문은 너무나 허술한 나머지 한의학자들이 그 위에 너무도 다양한 견해를 - 심지어 정 반대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견해들조차 동시에 - 펼쳐놓을 수 있었다. "회사후소", 아마도 <상한잡병론>은 그 "소"였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상한론>을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읽는다. 어떤 사람은 원문과 축적된 주석들을 정통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복진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여 그 이론 체계를 설명하려들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전통의학(Conventional Medicine)의 생리학/병리학적 쾌거를 이에 도입하여 <상한론>을 해석하려 한다. 어떤 방법이 가장 옳은 방법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의학 고유의 은유(Metaphor)를 폐기하는 것도, 그렇다고 그 은유에 과도하게 함몰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자들은? 그리고 임상 한의사들은? - 혼돈 속에서 상한론을 한 번 읽었다.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하루에 적으면 2~3시간, 많으면 4~5시간 정도를 꾸준히 투자했다. 이제 나에게 남은 과제는, 그동안 수많은 한의학자들이 그러했듯이 <상한론>을 해석하는 일일 것 같다.

2006/08/17 23:01 2006/08/17 23:01
 

Harrison + u

전공 | 2006/06/27 21:23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우리나라에서는 "해리슨 내과학" 혹은 쉽게 "해리슨"이라고 불리는 이 책은 가히 의학의 바이블과 같은 책이라고 한다. Part I과 Part II로 분권되어 있으며, 정말 내과에 대한 모든 기본지식들을 총망라할 기세로 활자를 뱉어내고 있는데, 그 위용이 가히 장엄하여 사람을 압도하려든다.

여하튼 한의학 종합의서 한 권 안 읽었던 내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서점에서 카드를 긁어 이 해리슨을 샀다. 사실 처음부터 해리슨을 정독한다는 건 현재로서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고, 기본적인 병리 공부를 중심으로 해서 가볍게 "사전 찾아보는" 기분으로 참고하려고 한다. 한의학의 독립성을 가열차게 외치는 어떤 학자들의 진정성 또한 이해하지만, 결국 궁극적인 대세는 의료일원화일 수밖에 없을 것 같고, 현대 의학의 진단적, 병리적 성취가 정말 눈부시기도 하고......

지금은 하니위키(Haniwiki)의 구축과 더불어 상한론을 공부하고 있다. 상한론을 대강 한 번 읽은 뒤, 리노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 인플루엔자같은 상한병(傷寒病)의 기초적인 병인부터 병리를 훑어볼 생각이다. 올해 비클리의 책을 통해 양방진단학을 배우면서 양방병리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사실 수업을 영 대강 듣기도 했고) 경악하기도 했고, 뭐 이래저래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

사족. 해리슨과 함께 "빈용 101처방"이라는 한의학 방제서도 긁었다.

2006/06/27 21:23 2006/06/27 21:23
 

하니위키

전공 | 2006/06/27 11:36


순전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만드는 한의학 위키백과, "하니위키" 구축을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공부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실 일 이년 쯤으로 완성될 녀석도 아니고, 평생 베타(Beta) 꼬리표를 떼어낼 수 없는 물건이겠지만, 어쨌든 비싼 계정 트래픽도 남아돌고 하니 만들어 보련다.

2006/06/27 11:36 2006/06/27 11:36
 

일단 내가 맡은 부분. 승효야, 이렇게밖에 못 써서 미안해 ㅎㅎ

애당초 사상의학에 대해 접근하기로 한 게 "기존 사상의학 임상가들을 까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 있었고, 사상이라곤 x도 모르면서 "이김에 사상의 기초에 대해 좀 알아보자" 하는 생각도 있었고...... 게다가 연구보고서 주제치곤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기도 하다. 엉뚱하고 난감한 주제 선택이었다보니 연구보고서에 대한 열정도 부족했고, 지식도 부족했다. 반성중.

연구보고서를 쓰면서 김기왕 교수님 남긴 일갈 - "한자 섞어 쓰는 것은 아주 유치한 짓입니다" 에 아주 동감하게 되었다. 대체 한글(?)로 된 한의학 논문을 읽는데 왜 이리 시간이 오래 필요한지. 음양(陰陽)이나 장상(藏象)같은 말은 모르겠는데, 별 시덥지도 않은 단어, 예를 들어 고찰(考察) 같은 것들까지 전부 한자로 쓰는 이유는 뭔지. ㅠ_ㅠ 도대체 논문의 절반이 한자다. 한자로 바꿀 수 있는 단어는 전부 다 한자로 바꾸는 것 같다.

한의대에 들어와 처음 리포트를 쓸 때만 해도, 논문들이 전부 다 그 모양 그 꼴이다 보니 "아, 한자를 섞어써야 사람들이 좋아하나보다" 하는 생각에 나도 별 고민 없이 한자를 마구 섞어 쓴 적이 있다. 학년이 높아짐에 따라 한의학용어 등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한자를 섞어 쓰지 않게 되었는데, 이번 연구보고서를 쓰면서는 그것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한의학용어에서도 한자를 최대한 배제했다.

논문은 다른 사람이 읽게 하려고 쓰는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읽기 편하고 쉬워야 한다. 왜 그 당연한 진리를 몰랐을까. Nature지에나 실리는 전문적인 영어 논문을 나같은 문외한도 읽을 수 있다는(물론 옆에 사전을 끼고서지만) 것이, 도리어 당연한 일임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 한의학 연구자들은 각성해야 한다.

여하튼 승효 화이팅. 몇 가지 지향점을 제시해 봤으니 그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선택하거나, 아니면 좋은 생각을 떠올려서 "새로운 방법론"으로 제시해주었으면 함. 전체적으로 빼야 할 부분이나, 보강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마음대로 수정해주기 바란다 ㅎㅎㅎ

2006/06/03 00:50 2006/06/03 00:50
 

연구보고서 계획

전공 | 2006/05/17 18:32

현재까지 주로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체질이 진단되고 있다.

[형태학적 진단]
체형진단(BMI등)
두형부진단

[문진진단]
성문분석
QSCC II

[진단기기의 이용]
Bi-Digital O-Ring Test
적외선체열촬영진단기(D.I.T.I.)
EAV
맥진기
DNA

1. Wikipedia에 따르면, EAV는 현재 Conventional medicine treatments에서는 인정되고 있지 않으며, 실제 그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 한의학계에서도 대체로 폐기되었으나, 소수 논문에서 EAV를 이용한 사상체질의 진단을 시도하고 있다. 체질 진단과의 명백한 통계적 유의성은 없다.

2. O-Ring Test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경우로 강명자한의원의 강명자 원장이 대한침구학회에 기고한 논문 등이 있으나, 그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 상지대학교 김달래 교수 등은 역시 논문을 통해 O-Ring Test를 통한 진단에 그 어떤 통계적 유의성도 없음을 피력하였다.

3. QSCC II 등을 통한 다각화된 설문 문진 조사는 그 신뢰도가 50~70% 수준으로 낮다. 김선호 박사 등은 그 판별정확율을 70.08%로 보고하였으나, 김달래 교수 등의 논문 "성문분석법에 의한 사상체질의학의 객관화 연구"에 따르면 약 55%로 나타났으며, 특히 유일한 양인인 소양인의 판별률이 30%대에 그쳐 사실상 유의성이 없었다. 태음인 판별 이외에 특이할만한 통계적 유의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 보다 전문화된 조사 방법인 MBTI 등과 연계할 경우 유의성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4. 두형부진단은 85.58%의 판별정확율을 나타내어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났다.

5. DNA 진단법은 현재까지 나와있는 유전학적 지식의 미비로 인해 유의성을 가질 수 없다. 다만 vWA와 CSF1PO등이 매우 낮은 p-value를 나타내어 어느 정도의 유의성을 확보하였다. 더욱 큰 샘플을 가지고 추가적으로 실험했을 때도 같은 결과를 얻는다면, 유의한 체질 감별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요 아래에 첨부하는 파일은 뜬금없는 병리학 프레젠테이션 자료

2006/05/17 18:32 2006/05/17 18:32
 

몸살의 자연사

전공 | 2006/05/12 17:09

[1일째] 일요일

밤새 잠을 잘 잘 수 없더니, 아침에 일어나 온 몸이 다소 뻐근함. 단순히 잘 때의 자세에 문제가 있었으리라고 짐작하고 샤워를 한 뒤 외출을 하고 돌아옴. 점심식사를 즈음하여 다소의 발열과 골절동통(骨節疼痛)이 발생. 아직 증세가 심하지는 않았음. 오한은 없었으며, 오풍이 있었는지는 증세가 미약하여 정확치 않음. 맥진(脈診)을 해 보자 다소 부(浮)한 느낌의 맥이 나타남. 따뜻한 방에서 땀을 내며 쉬었으나 낫지 않았으며, 증세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3시간 정도 외출함. 인삼패독산을 먹었으나 낫지 않음. 맥의 부(浮)한 느낌은 사라지고 정상적인 맥의 형태가 나타남.

[2일째] 월요일

자고 일어난 후에도 발열과 동통을 위주로 하는 전날의 증상이 계속됨. 집에 있던 이부프로펜을 응급조치로 먹고 증세가 다소 호전되었으나, 심계항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수 시간만에 오히려 악화됨. 이후로는 약을 먹지 않았음. 증세는 아직까지 심하지 않았으며, 식사도 정상적으로 함. 설진(舌診)을 해 보았으나 정상설. 입맛도 잃지 않음.

[3일째] 화요일

자고 일어난 후에도 발열과 동통을 위주로 하는 전날의 증상이 계속됨. 입맛 역시 잃지 않았으며, 정상적으로 식사를 했음. 오후 이후로 증세가 조금씩 호전되어, 산책이 가능할 정도였으나 맑은 콧물이 많이 늘어남. 코를 자주 풀어 코가 빨개질 정도. 설진(舌診)을 해 보았으나 정상설. 맥진(脈診)을 해 보자 다소 삭(數)한 느낌을 느꼈음. 저녁 쯤에는 증상이 거의 호전되어 미뤘던 프레젠테이션 작업을 함.

[4일째] 수요일

전날까지의 더운 날씨와 달리, 다소 날씨가 궂어짐.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부는 날씨. 학교에 등교한 뒤 증상이 심해져, 전날까지 있었던 발열과 동통, 맑은 콧물이 계속되고 오한과 가래를 동반한 마른 기침이 생김. 가래의 양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적은 수준. 눈에 동통이 있고 붉어지며 눈물이 났음. 학형이 준 소청룡탕을 복용하고 증세가 다소 호전되었음.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으므로, 무리해서 30분간 발표를 함. 발표 당시에는 괜찮았으나 끝낸 직후부터 증세가 심하게 악화되어 조퇴. 심한 오한과 동통, 기침이 계속됨. 소청룡탕 복용 이후부터 콧물은 거의 나지 않음. 입맛이 점차 떨어졌으며, 식욕도 없어져 거의 밥을 먹지 못함. 대신 누룽지탕으로 영양을 보충함.

[5일째] 목요일

전날 이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으며, 횡경막 근처에 무언가가 얹힌 느낌이 나고 토해내고 싶음. 1회 토한 뒤 증세가 다소 좋아지는 느낌. 11시경 병원에 가서 본격적인 문진(問診)과 간단한 청진을 한 뒤 몸살로 진단을 받음. 몸살로 인한 발열 오한이며, 몸의 전체적인 기능이 저하되어 알레르기성 비염과 결막염 등이 동반된 상태. 복합처방의 약을 처방받고 주사를 맞음. 이후 증상이 조금씩 호전됨. 입맛이 심하게 없어져 무엇을 먹어도 맛을 느낄 수 없게 됨. 특히 단 맛을 느끼는 감각이 지극히 떨어졌고, 짠 맛을 느끼는 감각은 대체로 살아 있음. 식욕은 살아나기 시작함. 쉽게 식소(食消)함.

[6일째] 금요일

여전히 입맛은 없음. 그러나 식욕은 거의 살아남. 증상도 많이 호전되었으나 몸에 힘이 없음. 맥은 평소와 같음. 다만 설진(舌診)을 해 보니 혀 전체적으로 백태가 낌. 박백태라기에는 너무 두터우나 그렇다고 후태(厚苔)라기도 어려운 어중간한 태.

2006/05/12 17:09 2006/05/12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