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과 임신혁의 노래들
잡설 | 2006/12/30 12:24
같잖은 습작을 자꾸 올리면서 점점 비주류 블로그로 전락(?)하고 있는 <예인의 새벽 내리는 길>. <5am>을 끝낸지 거의 1년여만에 새로 <능에 맞서>란 장편 습작을 쓰고 있다. 사실 <능에 맞서>를 쓰면서 매우 불안한 게, <5am>과 달리 <능에 맞서>는 제대로 된 시놉시스가 짜여진 상태가 아니다. <능에 맞서>를 구상하다 보면 우울해진다. <능에 맞서>를 쓰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항상 뒤죽박죽이다. 어떤 이야기도 쓰고 싶지 않고, 어떤 이야기든지 털어놓고 싶다. 그래서 <능에 맞서>는 참, 잘 될 거라는 확신은 없지만, 사랑스러운 습작이다.
3.1편 <프롤로그>에서 나오는 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가는 길은...... 좋아. 아, 나 mp3 플레이어 하나 샀다. 5만원짜리 싸구려긴 한데, 음악만 나오면 되지 뭐. 이거 하나 사는데 손 엄청 떨리드라. 그래도 잘 샀어. 항상 걸어가는 길인데 맨날 달라져. "Driver"랑 같이 걸어가면 그냥 괜히 먹먹해지고, "Writing to reach you"랑 걸어가면 그냥 아무라도 보고 싶고, "Layla"랑 걸어가면 그냥 왠지 기분이 좋고, "Manic Depression"이랑 걸어가면 춤이라도 추고 싶고..... "Knockin' on heaven's door"랑 걸어가면, "Stairway to heaven"이랑 걸어가면...... 그냥 괜히 눈물이 나고.
주인공 중 한 명인 김정민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주인공 이규환에게 하는 대사인데, 뭐라 말할 것도 없이 딱 내 얘기다. 김정민이란 캐릭터를 만들면서 나는 감정 이입을 굉장히 심하게(?) 시킨다. 내가 만드는 캐릭터에 작자 스스로 오버랩시키는 기이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장 노동자이며 프롤레타리아트에서도 가장 하층에 위치하는 김정민과, 사실상 쁘띠부르주아가 되기 위한 안정된 길만을 선택하고 있는 임신혁이 같은 입장일 수는 없을 것이다. 김정민은 벌벌 떨면서 5만원짜리 mp3 플레이어를 사지만, 임신혁은 별 노력도 없이 얻은 아르바이트비로 30만원짜리 mp3 플레이어를 샀지 않은가. 그러나 패배의식, 주위의 시선을 늘 의식하는 소심함, 단 한 순간도 '베푸는 입장'에 서 본 적이 없었던 약자로서의 스탠스, 그리고 그로 인해 자연히 형성된 비인간적인 차가움과 이기주의 등, 김정민의 성격은 지금껏 만들어왔던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임신혁과 닮아 있으며, 또한 나의 무의식이 계속 김정민을 임신혁의 분신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다.
R.E.M.의 "Driver"를 들으면 그냥 괜히 먹먹해진다. Travis의 "Writing to reach you"를 들으면 옛 친구나 옛 연인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가, 십대 시절의 '옛 연인'이란 노스탤지어로 남겨둬야 하는 존재임을 다시금 명백히 깨달았던 적이 있다.) Derek & The Dominos의 "Layla"를 들으면 내가 무대에 서 기타를 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어가고, Jimi Hendrix의 "Manic Depression"을 들으면 내가 우드스톡의 40만 인파 속에서 함께 점핑을 하고 있는 느낌에 말린다. Guns N' Roses의 "Knockin' on heaven's door"를 들으면 온 세상이 다 슬픔의 근원처럼 보이고, Led Zeppelin의 "Stairway to heaven"을 들으면 아주 슬픈 시 한 구절을 들은 것 같은 이유 없는 쓸쓸함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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