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엔 내 재능이 없었어
잡설 | 2007/05/26 01:38
양회장이 며칠 전에 얘기했던 그 "비디오" 말인데...
예과 2학년 봄공연이 담긴 그 비디오, 사실 제정신으로 보기 힘든 물건이었다. 음정 박자 캐무시하는 병신 음치의 노래를 듣고 있을려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뭐 무대의 분위기에 취했던 것도 있고, 워낙 모니터링이 개떡같아서 내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점도 핑계로 삼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사람들 앞에서 이딴 노래를 불렀단 게 참,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달까나. 솔직히 당장이라도 꺼버리고 싶은 걸 다른 사람들이 워낙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드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약이 된 게, 그 비디오 덕분에 본격적으로 "노래 연습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훗날 아큐에 대한 감정이 증오에 가까워지면서 수 개월만에 관두게 되지만...... 여하튼 그 비디오를 본 후 아큐를 탈퇴하기까지의 몇 개월동안이 내가 가장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때인 것 같다. 하루에 한 시간씩 화성학 강의를 듣고, 한 시간씩 화성학 복습하고, 한 두 시간씩 발성법 이론 공부랑 연습 해보고, 그리고 또 기타 연습까지 했으니까. 물론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나는 학교 공부를 병행해야 했고, 내 음악에 대한 관심은 어디까지나 아마츄어리즘이었으니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결실이 있었다. 한 3~4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채형이었던가, 그 기타 조낸 잘 치는 형이 처음으로 노래 진짜 많이 늘었다고 칭찬도 해 줬고(그게 진짜 기분 좋았다), 리허설 때는 나도 진짜 내 실력 향상에 완전 만족했었다. (물론 막상 공연 때는 긴장 탓인지 퍼포먼스도 노래 자체도 개판 오분전이었지만.) 그렇긴 하지만, 그때까지도 내 노래 실력이 어느 쪽이었냐 하면 캐병진 쪽이었다 싶다. 특히 이렇게 노래 연습에 긴 시간을 투자하고 마이크를 세팅해 합주를 하는 동안 느낀 게, 진짜 이효리니 동방신기니 슈퍼주니어니 하는 거의 막장 수준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라 할지라도 적어도 나보다는 노랠 잘 한단 거였으니...... (문희준이나 토니는 진짜 나보다 못할지도 모른다. 걔넨 진정한 막장이야.)
물론, 그 이후 이제 3년동안이나 노래연습을 팽개쳐뒀었으니 이제 노래실력이 예과 2학년 봄 때의 그 막장 실력으로 돌아가고 말았지만...... 뭐 지금 생각해보니 아큐와 인연이 끊긴 게 잘 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그때도 공연이 끝나면 거의 한 두 주 정도는 공연에 대한 기억 때문에 많이 우울해하곤 했으니까. 열심히 연습한다고 말하기는 참 어려웠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중학교 때 주위 친구들이 "너 노래 잘한다"고 세뇌(?)했던 게 완전 순도 100%짜리 거짓말이란 걸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기 때문이다. 노래엔 내 재능이 없었다. 어차피 안 될 일이라면 깨끗이 일찌감치 관두는 게 나은 일이었을지도. 프로든, 아마츄어든 관계없이. 뭐 그런 얘기. 그러니까 양회장, 충격먹기 싫으면 그 비디오 보지 마.
1줄 요약
나는 캐병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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