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라

잡설 | 2007/01/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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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유미, 이 날 진짜 예뻐보였다 (본문과는 아무 관계업ㅂ음)

아이팟의 음질은 담백한 것으로 이름이 높다. 사실 아이팟으로 기변하기 직전까지 나는 샤프의 아우비(auvi)라는 MD 플레이어 모델을 사용했었는데, 아우비는 4극 접합이라는 기괴한 기술을 통해 공간감을 극대화시킨 모델이다. 거기에 돌비 서라운드 따위를 채용하면 (사실 이건 음원의 본질을 왜곡하는 엄청난 장난질이다) 그 공간감은 더욱 극대화된다. 이런 '장난질'을 친 모델로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담백한 아이팟으로 기변을 했으니, 이거 참 적응 안 되네, 하는 생각이 든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근데 최근 다른 기계로 음악을 들을 기회가 몇 차례 생기면서, 내가 아이팟의 '담백함'에 이미 중독된 모양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드랬다. 특히 아이팟 + 번들 이어버드의 조합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뛰어나다. 어떤 모델인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여하튼 OO + XX 이어폰의 조합으로 음악을 들으면 "이런 된장, 이 노래는 이렇게 베이스가 쎄게 살면 안 된단 말야!" 하는 소리가 목젖까지 치달아오르더라. 무언가 답답하기 이를데없다. <Lesson 2>를 들으며 도드라지다못해 노래의 조화를 방해하는 베이스 소리에 신경이 거슬려 죽는 줄 알았다.

담백함은 놀라운 미덕이다. 그러나 아무나 따라할 수는 없는 미덕이다. 점심을 먹던 조쏭 가라사대, "요리를 담백하게 하기는 참 어렵지, 짜고 맵게 하면 어느 정도 못 해도 그 자극성에 혀가 마비되지만 담백하게 만드려면 정말 요리의 향취를 완전히 살려야 되거든" - 요런 비슷한 소리를 하셨더라. 그러나 짜고 맵게 만든다고 해서 만사가 OK인 것은 물론 아니다. 탁식(학생식당)이 ㅅㅂ 학교 당국의 유기농 운운하는 개 잡소리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그 짜고 맵고 인공조미료 티 팍팍 나는 기괴한 양념을 과용했기 때문이다. (유기농 + 온갖 인공조미료. 퍽이나 건강에 좋겠다.)

어디에나 적용되는 얘기다. 음악도, 음식도, 심지어 인간됨도. 짜고 맵게 만들면 결점을 손쉽게 감추고 대강 뭔가 있는 '척' 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에는 외면받기 마련이다. 담백해야 한다. 담백해진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고, 온갖 결점이 그냥 여과없이 겉으로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담백해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노력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진짜 인간됨이며, 결국 주위로부터 평가받는 것은 바로 그 담백함일 것이다. ㅅㅂ 그러니까 학식 좀 담백하게 만들란 말이야, 생협 ㅅㅂㄹㅁ. 조미료를 넣는 것도 정도껏 넣어야지.

2007/01/26 12:44 2007/01/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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