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세 가지 거짓말
전공 | 2006/11/17 22:29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무려 영국 총리 아저씨가 했던 말이랜다.
한의학에는 정량화된 데이터로 승부하는 논문이 많지 않다. 보통 "사군자탕"이란 약을 들어 소화가 잘 안 되고 항상 피곤한 사람에게 잘 듣는 한약이라고 하는데, 사실 정말 그런지를 증명할 수 있는 논문은 거의 없다는 얘기. 사실은, "사군자탕"이 어떤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조차 거의 없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한의학의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최근 한의학 학술지들을 들여다보면, SASS니 하는 다양한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해 한의학적 치료법의 효과를 증명하려는 논문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 논문들의 결론은 대체로 뻔한데, "xx 이상의 p value를 얻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임상가들이, 이런 논문들의 임상적 가치가 전혀 없다고 토로한다. 대체 왜 그럴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영국 총리 아저씨가 통계는 거짓말이라고 했다니까요.
일전 블로그에 쓴 <연봉 4천의 함정>에서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는데, 통계는 해석하는 사람의 눈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최근 읽고 있는 경제학 교양서에 나오는 예를 들자면, 십 수 년 전까지 사람들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간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리면, 기울기가 마이너스인 1차함수 그래프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즉, 실업률이 낮아지면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면 실업률이 높아진다는 얘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 간명했다. 그동안 쌓인 통계가 그렇게 얘기해줬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정책을 채택하게 되는데, 이게 헛짓거리임을 까발린 사람이 바로 저 유명한 강호의 고수 밀튼 프리드먼이다. 그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의 '부의 상관관계'가 절대적 법칙이 아님을 조리있게 설명한 뒤, 그따위 정책을 계속 쓰면 이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임을 강력히 경고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프리드먼의 예언은 현실화되었고,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악몽으로 빠져들어갔다.
왜 이따위 일이 일어났는가? 논리적 연관관계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숫자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떤 정책가들은 PC방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시기와 청소년 범죄가 급증한 시기가 대충 일치하므로 PC 게임이 청소년 폭력의 주범임에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언뜻 옳아 보이는 주장이지만, 그 주장에 대해 나는 이렇게 반박하겠다. 내가 보기에, 그 시기는 또한 모든 중고등학교에 급식 제도가 시행된 시기와도 대충 일치한다. 따라서 청소년 범죄가 급증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급식을 먹였기 때문이다. 또 그 당시는 SES와 핑클이 한창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때이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핑클 팬들과 SES 팬들의 주먹다짐 때문에 청소년 범죄가 늘어난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기다려 보라. 그 시기는 클린튼 미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터진 시기와도 일치하는데, 클린튼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모방 성행위를 일으키게 한 것인가?
그러니까, "xx 이상의 p value" 운운하는 논문이라는 게 다 가치가 있는 게 아니란 소리. 암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실험자가 애당초 헛다리를 짚고 있으면 전혀 엉뚱한 결론도 나올 수 있단 거다. 사실 이런 의학 실험에서 신뢰할만한 결과를 얻으려면 그만큼 뛰어난 실험 설계와 논리적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실험을 할 돈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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