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울

잡설 | 2006/08/17 23:32

1000만명이나 봤으니 이제 좀 여유롭겠지, 하는 기분에 찾은 영화관(그것도 조조). 근데 그게 또 의외로 북적북적. 잉크가 부족했던지, 종이에 문제가 있었던지 나름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답지 않게 "ㅚㅜㄹ"이라고 새겨진,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영화표를 들고 영화관에 입장.

감상은 간단하다.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든 영화지만 천 만명이나 본 건 좀 이상하다. 그러나 또 달리 생각해보니, 지금껏 천 만명이 본 영화들 -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 과 비교하자면 너무나 압도적이라서 비교가 미안할 정도다.

CG는, 사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나머지 그 완성도에 놀랄 겨를조차 없었다. 좀 어색한 구석이 있어야 "야, 한국 영화 많이 발전했네" 하는 허영섞인 감탄이라도 할 텐데, 괴물이 스크린 속에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어 도리어 '그게 당연한 양' 영화를 감상했던 것이다. 눈 앞에서 뛰어다니는 개구리가 놀랍지 않은 것처럼, 앞에서 짖어대는 개새끼 한 마리가 전혀 경탄스럽지 않은 것처럼, 괴물도 그러했다.

반면 괴물(외울 ㄲㄲㄲ)의 등장과 더불어 시작되는 '가족(소수자들)의 연대'는 너무도 불완전한 나머지 또한 전혀 경외롭지 않았다. 픽픽 쓰러지고, 무기력하고, 힘없던 그들은 끝까지 영웅이 되지 못한다. 인터넷에 널리 퍼진 배골라스란 별명 탓에 무언가 기가 막힌 포스를 보여줄 줄 알았던 배두나조차 이 영화에서는 힘없는 소수자에 불과하다. '우주전쟁'의 톰 크루즈는 그들에 비하면 차라리 슈퍼맨이다. 그런데, 그런데 그것이 또 가슴을 찌르고, 후벼파고, 점점 침잠되는 응어리를 내 심장 위에 쌓아간 탓에 나는 영화를 보면서 점점 그 소수자들에게 압도되어버렸다. (배두나는 무기력하지만, 또한 여전히 압도적이다.)

배우들의 호연은 '괴물' 못잖은 영화의 중심이다. 변희봉옹의 연기야 워낙에 곳곳에서 칭찬이 들려오고 있거니와,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그리고 심지어 고아성까지 하나같이 쉽게 흠잡을 수 없는 멋진 연기를 펼친다. 변희봉, 배두나같은 연기자야 언제나 닮고 싶고, 아름답고, 또 존경스러운 사람들이고(특히 배두나 느무 좋다), 송강호, 박해일 두 배우도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맘에 쏙 드는 멋진 연기를 펼쳤다. 신인이란 점을 배제하더라도 그 어려운 연기를 무난하게 잘 소화해낸 고아성에게도 역시, 네 사람의 대선배에 결코 꿀리지 않을 아낌없는 박수를.

자세한 평론은 생략한다. 별점을 줘야 한다면, 배두나가 출현했으므로 만점.

2006/08/17 23:32 2006/08/1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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