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춤추고 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시계를 보니 아침 8시. 잠 좀 자다 일어나보니 오후 1시. 뭔가가 찜찜해 생각해보니 "그 원고, 오늘까지 마감이었지"!!!! 이런 젠장, 하며 뒤늦게 머리를 짜낼대로 짜내서 마무리해 넘기고 나니 갑자기 혼자 있는 방안이 무지하게 썰렁하게 느껴지더라. 그러다보니 어느덧 또 삶에 대한 고찰(?)이 시작되었다는 훌륭한 말씀. 이건 그 두 번째 이야기. 명예욕의 본질.
'인생의 목표'란 걸 정해놓고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목표보다는 욕구가 인생의 본질에 가깝지 않을까. 목표를 달성하려고 사는 게 아니라, 욕구를 채우려고 산다는 거지. 특히 나같은 경우는 명예욕과 권력욕이 있는 편인데, 그게 무슨 '학생회 간부가 되자' 라든가, '인기남이 되자' 같은 손쉬운 게 아니란 게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임신혁이란 인간을 "아 씨바 임신혁이란 인간은 진짜 대단한 인간이야"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는, 그런 정도의 욕구다. 근데 사실 스물 세 살짜리 어린애가 누구한테 '진짜 대단한 인간'이란 소리를 듣는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 만화라면 몰라도. 그러니까 지금은 어떻게든 훗날의 거름이 될 만한 경력을 이것저것 쌓아보려고 여기저기 기웃대고 있는데......
고 3때 B-Crew와 C-Crew를 벌려놓았던 것도 그런 욕구의 일환이다. 대학교 들어와서 D-Crew(A.K.A. Acu)에 들어가설랑 노래를 불러제꼈던 것도 그런 욕구의 일환이다. 잡지에 글을 쓰고 있는 것도, 학생회 간부가 된 것도, 다 훗날의 거름이 될까 해서 밟아나가는 징검다리였다.
그러나 진짜 나를 만족시킨 건 무엇일까? 혼자 가사를 쓰고 "아 이거 내가 썼지만 간지난다" 하면서 만족을 했던가? "스쿨밴드를 한다네" 하고 누구한테 자랑질을 했던가? 원고를 넘기면서 "내가 잘났으니 이런 일도 할 수 있는거지" 하고 자화자찬을 한다거나, 학생회 간부를 하면서 "아 학생회라니 간지나네효" 하고 자존감을 표현했던가? 당연한 얘기지만, 모두 아니었다.
드럼과 기타, 베이스 소리에 목소리를 맞추던 합주의 기억, 초라한 무대일지언정 노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가진 강렬한 쾌감이 내 가슴을 두드리던 그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잡지에 실린 내 이름을 보며 내가 느낀 것은 "나 진짜 잘났지" 하는 자만이 아니라 어린애가 어른에게 칭찬받았을 때 느끼는 그런 순수한 희열이었다. 학생회 일을 하면서 나는 내 한계와 무능력함에 줄곧 좌절했지만, 다른 간부들과 함께 일을 해결하고, 기뻐하고, 괴로워하던 그 자체에 참 많은 기쁨을 느꼈드랬다.
그건 참 아이러니하다. 나를 움직이는 유인은 명예욕과 권력욕이었지만, 진정으로 나를 즐겁게 만들었던 것은 훨씬 소소하고 원초적인 쾌감이었다. 언뜻 유치하게 들리는 친구와의 우정, 음악 자체의 즐거움, 내 힘으로 뭔가를 해냈다는 그 성취감 자체 말이다. 이력서에 써넣게 될 경력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냥 밤새도록 춤추고 노는, 술이나 먹고 노래나 하면서 흥청망청 노는 그런 원초적인 희열이 진짜 즐거움이다. 같이 웃고, 떠들고, 칭찬도 받고, 성취감도 느끼고, 그러면서 사는 것. 그런 점에서, 내가 아직도 그 '경력'이라는 걸 쫓고 있다는 건 참 우스운 일이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난 그 명예욕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도 참 난감한 일이다. ...... 명예욕의 본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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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갈수록 유치한게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