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l

잡설 | 2007/04/07 10:29


"그냥 겉으로만이라도 쿨해지는거지. 속으로는 조낸 구질구질해도."
"안 그러면 또 어떤 험한 꼴을 볼지 모르니까?"
"진짜 서로 사랑한다면야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만, 그게 아무도 장담 못하는 거거든. 괜히 나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한테 매달리다가 험한 꼴 보기 싫으니까 겉으로만이라도 쿨한 척 하는거야."
"ㅆㅂ, 조낸 싫은 얘기야. 그러니까 스물 다섯, 스물 여섯 쯤 되면 도대체가 순수한 연애라는 게 남아나질 않는다니까. 좋아하면 됐지, 눈치보기 바쁘고, 함부로 맘 주지도 않고, 그냥 적당히 놀다가 '언제 헤어져야 모양새가 좋을까' 같은 생각이나 하고."
"그래봤자 속마음까지 쿨해지진 못하지만."

이건 좀 슬픈 얘기다. 연애는 드라마가 그리는 것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좋은 일 못잖게 험한 꼴도 보다보면, 사람들은 자연히 연애로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그들은 거기에 마음을 올인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쿨해진다. 속마음은 여전히 구질구질하더라도, 겉으로만이라도 쿨해지려는 것이다. 일종의 정신적 방어기제인 셈이다. 결국 이십 대 초반, 중반 쯤만 되어도 다들 험한 꼴 한 두 번씩 보고, '쿨해지려는' 사람들만 남는다. 그러다가 여자는 스물 여섯 일곱, 남자는 서른 하나 둘 쯤이 되면, 사랑이고 조건이고 나발이고 따질 여유 없이, 그냥 그 때쯤 만난 상대와 결혼한다. 쿨한 인간과 쿨한 인간의 결합이다. 슬프게도 여기에서 나오는 결론은, 한의원 하나 쯤 뚝딱 차려줄 수 있을만한 졸부의 딸을 찾아 결혼하는 것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결혼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쿨한 척 하는 사람들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백사장에 떨어진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지만, 누가 돈 많은 졸부인가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정도로 소문이 퍼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숨길 수 있지만 돈은 숨길 수 없다. 돈이 짱이야. 끝.

2007/04/07 10:29 2007/04/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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