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의 중공업사 자슈중공업이 4위 배나와중공업의 이사회에게 우호적 M&A를 제의했다. 배나와중공업이 이를 거부하자, 자슈중공업은 베어허그(BearHug)를 개시한다. 배나와중공업에 매수의사를 전달한 뒤, 매수가격 및 기타 제반조건을 알려온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배나와중공업,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온갖 전술을 생각해보는데......

적대적 M&A에 방어하는 정치적 방법은 안티트러스트(Antitrust)다. 1890년, 미국의 상원 의원 존 셔먼에 의해 발의된 이 법령은 기업들이 트러스트를 통해 독과점 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한다.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실제로 GE가 시도했던 M&A가 독과점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불발된 바 있다.

그러나 만일 이런 법적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주주들이 모여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땅에 독약을 풀어넣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극약처방, 소위 독소조항(Poison Pill)을 회사 정관상에 삽입하는 것이다. 주식을 이용하는 독소조항에는 크게 플립인(flip-in)과 플립오버(flip-over), 마카로니 디펜스(Macaroni Defense) 등이 있으며, 그 외에는 임직원의 임금을 인상시키는 등 비용을 상승시켜 M&A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소위 황금낙하산(Golden Parachute) 전략이 있다. 또한 공격측(Raiders)에서는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격받는 회사의 이사회 멤버를 공격에 찬성하는 인물들로 채워넣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고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세력을 이사회에 남겨놓기 위해 이사진을 순차적으로 변경하는 이사진 임기분산(Starggered Board) 전략을 채택하기도 한다.

플립인이란 공격을 받았을 경우, 기존 주주들이 미리 약정된 낮은 가격으로 발행된 대량의 주식을 인수하는 방법이다. 이는 EPS를 떨어트리고 회사를 불안하게 만드는 강력한 독약이지만, 주식수가 급증하기 때문에 1) 공격자가 확보했던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고, 2) 그만큼 M&A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라이브도어가 1000억 엔을 투입하여 니혼TV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자, 니혼TV는 대주주인 후지TV에 4720만 주에 달하는 신주인수권을 부여하여 방어를 시도하였다. 이러한 방식이 플립인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플립오버란 M&A가 성사되었을 경우 설정된 옵션에 따라 기존 주주들이 공격자의 주식을 헐값에 매입할 수 있게 하는 정관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주주들은 자사의 우선주나 보통주를 현재 주가보다 훨씬 비싼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콜 옵션 - 별 가치가 없는 - 을 배당 형식으로 부여받는다. 이것이 '독약'이 된다. 만일 이 기업이 M&A에 의해 피인수된다면, 이 권리는 주식을 상당한 할인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로 전환된다. 합병이든 역합병이든, 인수기업이 존속기업이 되든 피인수기업이 존속기업이 되든 이 권리는 무조건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슈중공업이 배나와중공업에 적대적 M&A를 시도한다고 하자. 존속기업이 자슈중공업이 되든 배나와중공업이 되든간에 상관없이, 배나와중공업의 기존 주주들은 M&A 결과 설립된 기업의 주식을 4~50% 가량 할인된 헐값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러한 권리는 보통 특정 법인이나 개인(여기에서는 자슈중공업)이 보통주의 20% 이상을 매입했을 경우, 또는 30% 이상에 대한 공개매수를 오퍼했을 경우 10일 후에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단, 만일 이 매수 오퍼를 이사회가 받아들이고자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때는 권리가 행사되기 이전(10일간)에 회사가 이 권리 자체를 낮은 가격에 환수할 수 있도록 정관에 규정되어 있다.

또는 보통주 소유자들에게 의결권이 있는 우선주, 즉 의결권부 우선주를 배당의 형태로 지불할 수도 있다. 초 대다수 의결권(Super Majority Voting Right)을 가진 우선주를 발행하여 이사회에서의 의결권을 방어하는 방법이다. 초 대다수 의결권 전략은, "기업의 매수를 위해서는 8~90% 수준의 비정상적 찬성률을 기록해야 한다"는 정관을 삽입하는 것이다.

마카로니 디펜스(Macaroni Defense)는 백엔드 라이트 플랜(Back-end Right Plan)이라고도 불리는데, 적대적 M&A시 아주 높은 가격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우선주나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현재 배나와중공업의 주가는 1주당 50 달러이지만, 적대적 M&A에 의해 자슈중공업이 배나와중공업을 합병하게 되면 이 '마카로니'를 가지고 있는 주주는 150달러(정관상에 규정된 금액)에 이 주식을 상환받을 수 있다. 물론 자슈중공업에게는 이를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황금낙하산과 주석낙하산이란 독약도 있다. 배나와중공업의 CEO 배나와 씨는 적대적 M&A에 의해 CEO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퇴직금으로 1억 달러를 받게 되어 있다. 이 경우 자슈중공업은 배나와중공업 인수에 그만큼 큰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주로 임원급 노동자의 거취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황금낙하산'이라고 한다. 주석낙하산은 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모든 임직원의 퇴직금을 비정상적으로 높게 보장함으로써 공격자에게 부담을 주는 방법이다.

이 모든 방법으로도 공격을 막을 수 없을 경우, 배나와중공업은 '백마의 기사(White Knight)'를 부를 수 있다. 백마중공업은 배나와중공업에 대해 우호적인 기업으로, 배나와중공업은 자슈중공업 대신 백마중공업과 '우호적 M&A 계약'을 체결하여 자슈중공업의 적대적 M&A를 막을 수 있다. 기사를 부를 수 없다면, '백마의 신사(White Squire)'를 부를 수도 있다. '백마의 신사' 노릇을 하는 백마중공업은 자슈중공업의 자산을 대량으로 매입하여 자슈중공업의 적대적 M&A를 방어한다. 백마 전략을 초토화전략(Scorched Earth)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자슈중공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주요자산을 없애버림으로써(백마중공업에 넘겨버림으로써) M&A를 방어하는 것이다. '황금알 전략'도 비슷한데, 자슈중공업이 눈독들이고 있는 주요 사업부문을 분리해버리는 방식을 의미한다.

가장 강력한 방어술은 팩맨(PacMan)이 되는 것이다. 쫓겨다니던 배나와중공업이 오히려 자금을 끌어모아 자슈중공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극단적인 방어전략이다.

왜 이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적대적 M&A를 방어하는 것일까? 이에는 두 가지 가설이 있는데, 경영자후생가설과 주주후생가설이다. "경영자가 원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과 "주주가 원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인데, 만일 주주후생가설이 옳다면 - 충분한 매수가격을 제시한다면 적대적 M&A는 실현될 것이다.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한국처럼 비정상적인 경영구조를 가진 소위 '족벌 체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아직 우리나라에는 적대적 M&A를 곱지 않게 보는 국민감정이 있어서, 여론이 그 무엇보다 효율적인 M&A 방패가 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독약'을 정관상에 도입하는 것이 불법이다.

만일 자슈중공업이 베어허그(BearHug)가 아닌 적대적 M&A를 시도했다면 어땠을까? 갑자기 오퍼를 선언하거나, 주주를 하나 둘씩 몰래 포섭하여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위임받는, '위임장 대결(Proxy Contest)' 전략을 사용하거나! 이런 '깜짝 쇼' 같은 방법을 토요일 밤의 스페셜(Saturday Night Special)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적대적 M&A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여론의 질타를 맞기 딱 좋다. 여론의 질타나 동력 부족, 독약 등으로 인해 적대적 M&A가 어려워진다면, 자슈중공업은 경영권 탈취를 포기하는 대신 주가를 높은 가격으로 배나와중공업에 되파는 그린메일(Green Mail)로 전략을 급선회할 수 있다.

2006/11/25 23:34 2006/11/2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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