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ic Depression

잡설 | 2006/04/11 22:41

그 시대에만 통하는 명곡이 있다. 반면 시대를 넘어, 긴 세월동안 계속 그 빛을 잃지 않는 명곡도 있다. Jimi Hendrix Experience의 "Manic Depression"은 분명히 후자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스윙감에 몸을 흔들게 되는 진짜 명곡.

"Manic Depression"은 조울(鬱)증이란 뜻인데, 상쾌하고 흥분된 상태인 조증 상태와 슬프고 불안한 상태인 울증 상태, 그리고 정상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을 말한다. 왜인지 내 음악에 대한 감정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음악을 사랑한다. 이건 "Manic"이다. 수천 곡의 음악으로 가득한 아이팟과 아이튠즈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하루 한 시간 이상씩 꼭 돌아간다. 가끔은 후배와의 술자리보다 음악과 함께 하는 평온한 정적이 더 소중하다. 성의없이 그린 십육분음표 하나가 느낄 수 있는 최대의 환희를 선사한다.

하지만 "Depression"이 만만치 않다. 재능도 없고 노력도 않는 나 같은 인간이 음악에 대한 애정을 지켜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이 문화적으로 피폐한 지방 소도시에서 유학(遊學)까지 하고 있으니, 음악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큐펑쳐, 내 멋대로 "D-CREW"로 칭하는 그룹이 그나마 그런 욕구를 일부나마 달래줄 수 있는 피난처였으나, 내 화를 내가 못 이겨 뛰쳐나오고 말았다. 아큐펑쳐란 군집(群集)에 대한 내 무작정적인 미움은 거기에서 기인한다. "왜 하필이면" 하는 기분이랄까.

이는 만족스럽게 "음악"을 즐기고 있는 모든 친구들에 대한 부러움이기도 하다. 사랑도 음악도 무리없이 쟁취해내는 어떤 친구가 부럽고, 사람도 공간도 시간도 마음껏 누리고 있는 한 귀차니스트에게 샘이 난다. 멀리 꿈으로 날아가버린 "B-CREW"나, 내게 클럽의 재미를 알려준 "C-CREW"나, 이제 와서는 모두들 "Depression"에 일조한다.

그래도 뭘 어쩔 수 있을까? 원주는 그런 도시고, 내 생활도 그저 그렇게 흘러간다. 이제 "Manic"도 "Depression"도 버릴 때가 되어가는 것 같다.

2006/04/11 22:41 2006/04/1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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